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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고수, 한국형 헤지펀드에 도전장 내다 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사업단 본부장

신민규 기자/ 송광섭 기자공개 2013-11-15 10:22:11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3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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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사업단 롱숏전략운용본부장
원래 김현섭(42, 사진)은 주식을 몰랐다. 고려대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미쓰이물산에 취업해 회사를 다닐때만 해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우연찮게 회사 동료와 함께 주식을 접하게 된 게 화근이 됐다. 대박을 내는가 싶었는데 귀동냥으로 매수한 종목이 쪽박으로 이어졌다. 직장생활하며 모아둔 돈을 모두 날렸다.

'이렇게 된거 제대로 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전업투자자가 되기로 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오로지 주식만 봤다. 지금은 이용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대박 전략으로 통했던 다양한 매매 기법을 발굴해 큰돈을 벌었다.

2001년부터 '재야고수', '1000% 수익'이라는 별칭이 김현섭에게 따라붙었다. 그해 한양증권, SK증권, 굿모닝증권, 한화증권이 개최한 수익률 대회에서 5연속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냈다. 이쪽 바닥에서 '득도'한 셈이다.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제도권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소형 자문사를 거쳐 2002년부터 플러스자산운용에서 매니저로 일했다. 1500억 원이라는 큰 자금을 운용했는데 이 역시 성과가 좋았다. 2003년에는 책도 썼다. 2004년에는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팀(PI)에서 일했다.

2006년 김현섭은 신설 자문사로 가려다 방향이 어긋나면서 다시 재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업계에서 계속해서 그를 향한 러브콜을 날렸다. 웬만한 현직 매니저보다 더 많이 받았다. 2010년 창의투자자문 설립 당시 서재형 대표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다. 최근에는 신설 투자자문사에서도 영입제의가 있었다. 역시 거절했다.

그런 그가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 매니저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헤지펀드사업단 롱숏전략운용본부장이 공식 직함. 제도권을 떠난지 만 7년만이다. 대신자산운용(서재형 대표)으로 오면서 서 대표와는 두번째 인연이 된 셈이다.

서 대표가 끈질기게 구애작전을 펼쳤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 매니저가 원하는 인물로 팀을 구성했다. 이전부터 알고 지냈던 안정민 전 메리츠자산운용 매니저와 이지훈 전 트러스톤자산운용 매니저가 합류했다.

김 매니저는 대신자산운용에서 롱숏 전략의 한국형 헤지펀드를 설정했다. 이미 많은 운용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흔한 전략이다. 목표수익률은 10%. 허들레이트는 없고 운용보수 1%에 성과보수 10%. 조건은 업계에 나와있는 헤지펀드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대신에버그린롱숏전문사모투자신탁제1호에는 한달새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내부에서도 400억~500억 원 정도를 기대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박을 쳤다. 과거 대신자산운용이 각종 사건으로 기관자금 유치에 애를 먹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의 모습이다. 서 대표가 요즘 들뜬 이유이기도 하다.

이 펀드에 관심을 보인 것은 기관투자가들이었다. 이전부터 그를 알고 지냈던 기관투자가는 서둘러 자금을 집행했고 반신반의했던 생보사는 최근 추가자금을 집행했다. 추가 자금을 검토하는 곳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연말까지 레코드를 쌓고 내년에 2차 마케팅이 예정돼 있다. 개인투자자의 돈도 슬슬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매니저는 3000억 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내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시아주식을 이용한 해외물 운용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전업투자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빌딩 이름을 본떠 에스트레뉴투자신탁운용, 트럼프투자신탁운용, 라이프투자신탁운용과 같은 별명으로 잘 나가는 전업투자자를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김 매니저는 제도권 자산운용업계에서 꽤 존중을 받는 분위기다.

그의 장을 보는 시각이 크게 유별나지는 않다. "국내주가지수가 끊임없이 우상향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내년을 2400까지 바라보지만 나는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다. 첫째는 인구다. 지금까지 주가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는 인구가 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는 불리하다.

두 번째는 환율 흐름이다. 그동안 고환율 정책은 수출주에게 유리했지만 이제는 환율이 꺾이고 있다. 이건 구조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중국의 수출 위주 확장 정책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수혜를 입었지만 더이상 그렇게 기대하기 힘들다."

김 매니저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테이퍼링 역시 일시적인 유동성 장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에서 빠진 돈이 다시 한번 한국을 찾으면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우상향 랠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의 실현 수익률은 미래의 수익률을 예측하거나 보장할 수 없다. 김 매니저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아직 한달밖에 되지 않았다. 운용의 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재야 시절에는 애널리스트와 같은 리서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단타매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세련되게 변해갔다. 따라잡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을 보는 훈련을 스스로 해야 했다. 내 나름의 리서치 능력을 개발해야 했다. 전투력이 필요했다. 온실 속에서 애널리스트에 물어가며 편하게 종목을 선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련된 부분이 나에게 있다."

◆김현섭 매니저 약력

△1971년생
△고려대학교 일어일문과
△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과장(2002년)
△대우증권 주식운용본부 차장(2004년)
△대신자산운용 헤지펀드사업단 롱숏전략운용본부장(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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