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2월 13일 11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하이스코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핵심 사업부인 냉연부문을 현대제철에 넘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냉연 사업부문은 현대하이스코의 몸통, 그 자체다. 총 자산에서 냉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 냉연부분을 떼어내면 현대하이스코 자산 총액은 5조 원에서 1조 원으로 감소한다.
몸집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이젠 주머니 사정도 걱정해야 한다. 냉연부문은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확실한 고객사를 둔 덕택에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올해 3분기만 하더라도 냉연 부문에서만 3조 728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290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7.8%에 달한다.
다른 사업부문의 수익률은 냉연 부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강관 사업부문의 경우, 9198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이 1%도 안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해외 가공센터의 마진률 역시 3~3.5% 수준에 고정돼 있다. 냉연부문과는 차이가 크다. 더욱이 강관 사업은 전방 수요 산업의 부진으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고, 해외 가공센터는 중간 가공업 특성상 앞으로도 높은 마진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냉연부문 분할합병안이 발표된 이후 현대하이스코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초에는 올해 8월 이후 처음으로 4만 원 선이 무너졌다.
주가 하락은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과 연관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전체 주주의 12% 가량이 이번 분할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져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 측이 제시하고 있는 매수가격은 주당 4만 2878원이다. 권리 행사 종료일인 이달 19일까지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권리가 모두 행사 되면 현대하이스코가 투입해야 하는 자금만 4300억 원에 달한다.
불안감이 고조되자 현대하이스코는 황급히 장래 사업 및 경영 계획안을 내놨다. 하지만 알맹이 없이 청사진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20년까지 기존 강관과 경량화 차량 부품 사업, 해외 가공센터의 매출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현대하이스코는 철강업계에서 '온실 속 화초'로 불린다. 현대차와 독점적으로 거래를 하면서 시장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여기에 자동차 산업 호황으로 높은 수익까지 보장받았다. 하지만 더 이상 온실은 없다. 시장과 부딪혀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 이빨을 갈고 발톱을 세워야 한다.
철강업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전방사업 수요 부진, 공급 과잉 심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온실 밖으로 나온 현대하이스코는 과연 어떤 생존 본능을 보여줄지 내년 철강업계 주요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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