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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회장의 '눈물'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4-01-16 08:13:06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5일 13: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거운 공기가 가득한 재판장. 판사의 입장과 함께 기립 요청이 떨어진다.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함께 기소된 4명의 관련 피고인에 대한 마지막 공판이 시작됐다.

이 회장의 결심이 진행된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423호. 같은 날 멀지 않은 곳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진행한 상속소송의 항소심도 진행됐다. 오전 10시와 오후 2시. 시간은 달랐지만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두 재판의 날짜가 맞아떨어졌다. 이 회장은 풍운아로 불리는 이맹희 전 회장의 외아들로 사실상 CJ그룹을 20년간 책임져 왔다.

검사와 변호사의 날 선 공방보다 담당 판사의 질문이 더 예리했다. 얼굴엔 은은한 미소를 품었지만 매서운 한마디 한마디를 쏟아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 김용관 부장판사는 모든 분위기를 주도했다. 김 판사의 질문은 양측 모두를 긴장하게 했고, 중요한 순간이면 해당 사안을 "분명하게 정의 내려 달라"거나 "정확하게 소명하라"고 주문했다.

관련 피고인 신문이 길어지며 당초 3시 즈음으로 예정되어 있던 이 회장에 대한 신문은 계속 지연됐다. 김 판사는 "간단 간단하게 대답해 달라"거나 "결론부터 말하고 간략한 부연 설명을 붙여라"고 상황을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기다리길 몇 시간. 5시가 되자 이 회장이 휠체어에 의지해 법정에 들어섰다.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일어선 이 회장이 피고인 석에 앉았다. 마스크만 쓴 채 모자와 목도리를 벗은 이 회장은 변호인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이 도착한 직후 배형찬 전 대표가 피고인 자격으로 증인석에 올랐다. 신동기 부사장, 성용준 부사장, 배형찬 전 대표, 하대중 고문 그리고 이 회장의 순서. 한참을 남은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이 회장은 가끔은 목을 떨구거나 눈을 감았다. 가끔 증인석을 바라보는 이 회장의 표정은 담담했다.

한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이 회장의 신문이 시작됐다. 이 회장은 위생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검찰은 편의상 피고인으로 부르겠다는 양해를 구하며 질의를 시작했다.

"네," "그렇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비교적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해 나갔다. 때론 적극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항변하기도 했다. 사안에 따라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않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잘못되었다면 잘못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실무자가 맞다고 했다면 맞다"며 책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신문 중 변호인은 "개인적 용도로 쓰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꾹 눌러 쓴 이 회장의 자필 질의서를 공개했다. 부의자금이 사적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일관 된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한 수 였다.

검찰과 변호인이 바통을 주고 받길 4시간 여, 검찰은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 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일부는 짐짓 굳은 표정으로 탄식을 삼켰으나 정작 이 회장의 마스크 넘어 표정은 읽히지 않았다.

저녁 9시가 훌쩍 넘은 시간, 이 회장의 최후 변론이 시작됐다. "선대 이병철 회장의 자랑스런 장손이 되고자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일만 했던 세월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분리 독립 이후 경영권을 위협받는 특이한 상황에서 제일제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뛰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 그룹의 오너이자 경영인, 그리고 공인인 이 회장의 잘잘못은 이제 판사의 선고만을 남겨 두고 있다. 5차례에 걸쳐 공판을 진행해 온 재판장은 내달까지 한 달 여 혐의 여부 면면을 살필 예정이다.

지난해 CJ그룹은 저공비행을 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으며 굵직한 신사업엔 제동이 걸렸다. CJ그룹은 하지만 이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략기획 협의체를 신설하며 사업 정비에 나섰다.

"미완의 사업들을 궤도에 올려놓고 완성시킴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다." 울먹임 가득한 이 회장의 마지막 변론 속엔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는 절박한 심경이 짙게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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