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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대통령 칭찬 잊지 말아야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4-01-21 09:31: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6일 11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제 민주화 논의가 뜨거웠던 지난해 4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와 졸지에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재계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때 모법 답안을 제시한 기업이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정부가 주창하는 경제 민주화 정책에 발 맞춰 연간 6000억 원 가량의 광고와 물류 발주를 중소기업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일감을 외부 중소기업에 나눠줘서 상생 경영을 펼치겠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전향적인 일감 나누기 계획 발표에 박근혜 대통령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물류와 광고 일감을 실제 나누기 시작했다. 발표 두 달만에 물류 분야에서 1610억 원, 광고 분야에서 170억 원 어치의 일감을 외부 직발주 및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현대위아와 현대제철의 물류 운송 업무가 개방됐고, 중소 광고업체가 직접 현대기아차 광고 제작을 맡았다.

뜨거웠던 경제 민주화 열풍이 지나간 2014년 1월. 현대자동차그룹이 또 다른 일감 나누기 계획의 일환으로 기아차 수출용 차량의 하역운송 사업자를 기존 대기업 계열사인 CJ대한통운에서 중견기업인 대주중공업으로 바꿨다.

외견상 전형적인 일감 나누기로 보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대주중공업은 이미 현대차 하역운송을 맡고 있는 사업자일 뿐 아니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등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많은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주요 발주 공사 가운데 상당수가 현대차그룹 일감이었다. 현대차그룹과의 끈끈한 협업을 발판 삼아 대주중공업이 속한 대주KC그룹은 연간 총 1조 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주중공업이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하역운송 업무까지 섭렵하면서 내부에서도 "대체 어떤 배경이 있는 거냐"는 얘기까지 돌았을 정도였다. 현대차 및 현대제철 쪽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그룹 내부 사람들도 많이 알고, 업무 숙련도 역시 높지 않겠냐는 것 정도가 선정 이유로 회자됐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공정한 입찰 절차를 거쳐 대주중공업을 썼을 것이다. 운임 단가 역시 CJ대한통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해주자는 경제 민주화의 상생 취지에 비춰볼 때, 기존 사업자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에게 더 무거운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시대가 왔다. 무거운 책임 앞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다른 기업들의 모범이 됐다. 다시 한번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것은 1등에게 요구되는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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