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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엄친아 'KT'마저 장기CP...'뭐가 모자라서' 내부 부정적 이슈 부각…수요예측 등 정상적 공모절차 회피용?

정준화 기자공개 2014-02-11 09:59:36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7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이자 신용등급 AAA의 초우량 기업인 KT가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전임 회장의 배임 혐의, 실적 악화, 배당금 축소, 경영진 교체 등 여러 이슈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 주목된다.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상대적으로 복잡한 발행절차를 요구받는 회사채 공모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수요예측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는 오는 2월 17일 5년 만기 CP 3000억 원을 할인율 3.17%에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발행은 올해 KT의 첫 시장성 조달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KT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1으로 평가했다.

회사채 신용등급 AAA인 KT가 장기 CP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모형 장기 CP 시장에 AAA급이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KT와 주관사 측은 장기 CP 발행 배경에 대해 "KT가 급변하는 경제상황과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키 위해 차입다변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장기 CP를 발행하게 됐다"며 "조달 비용과 시간을 단축하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KT의 장기 CP 발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충분히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KT가 오히려 회사채 시장 선진화를 가로막는 장기 CP를 통해 자금 조달을 했기 때문이다. KT는 그동안 매년 약 1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온 회사채 시장의 대표 주자다.

KT는 자금 조달의 적절한 타이밍을 잘 포착하는 데다 주기적인 회사채 과정에서 높은 정보공개 수준을 보이며 '모범생'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런 KT가 조달 비용, 시간 감축 등의 이유로 장기 CP 발행에 나섰다는 데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크다.

장기 CP는 만기가 1년 이상으로 길어 회사채와 큰 차이가 없다. 신고 의무는 있지만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금리가 정해지는 회사채와 달리 장기 CP는 증권사와의 협의를 통해 금리가 결정된다. 시장 수요와 평가에 따른 공정한 가격 산출 기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회사채 시장 선진화를 꾀하고자 하는 정부 방침과는 완전히 방향이 다르다.

장기 CP는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P에 대한 만기 제한이 사라지면서 발행이 가능하게 됐다. 이로 인해 당시 신고 의무가 없었던 장기 CP 발행이 크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장기 CP도 회사채와 같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KT의 이번 장기 CP 발행은 회사채 발행시 진행되는 수요예측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전임 회장의 배임 혐의, 실적 악화, 배당금 축소, 경영진 교체와 이에 따른 조직 변화로 어수선한 KT 입장에서 회사채 발행을 진행할 경우 수요예측을 전후한 과정에서 기업의 내밀한 속사정을 외부에 또 다시 알려야하며 기관투자가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의 초우량 기업으로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선진적 재무전략을 펼쳐야 할 의무도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회사채 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수요예측을 통한 공정한 금리 산정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KT가 일부 유무형적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장기 CP 발행에 나선 것은 그동안 회사채 시장에 쌓아온 '모범생'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KT와 주관사 측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열려있고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기 CP를 발행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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