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패밀리, 새회장의 '재무개선 올인' 약발 먹힐까 업황악화·해외손실 이중고…커버리지 악화 지속
임정수 기자/ 한형주 기자공개 2014-03-03 07:30:00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5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팔을 걷어 붙였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잇따른 인수합병(M&A)과 해외사업 투자로 실추된 재무 신인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재무개선 성과에 따라 포스코 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시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A와 해외투자의 대부분이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당장 손실이 발생한다고 빠르게 정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급 과잉 기조의 업황마저 악화 일로여서 수익성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는 평가다. 해외 사업에서의 손실 확대도 계속해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그룹은 최대한 조심스러운 자금 조달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만기 도래 회사채를 차환하는 정도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 재무개선에 올인…회사채 발행물량 감소 추세
포스크 그룹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신규 투자와 M&A를 활발히 하면서 2조 원 이상의 순발행 기조가 이어져 왔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던 2010년에는 회사채 발행 규모가 4조 5600억 원에 이르렀다. 순발행 규모만 4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 차입금 축소에 나서면서 2012년과 2013년에는 순발행액이 각각 900억 원과 26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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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포스코가 단행한 1조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과 자산(USP·샌드파이어·자사주 등) 매각, 포스코ICT(972억 원)와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포스코에너지 영구채(5000억 원) 발행 및 기업공개(IPO) 준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도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회장 내정자가 재무구조 개선을 핵심 목표로 내세운 이상 차입금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규 투자를 최소화 하면서 자금 소요도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의 지난해(2013년) 연결 기준 투자 규모는 6조 5000억 원으로, 2012년의 8조 8000억 원 대비 줄이고 부채비율을 더 낮추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연내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올해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 등 연내 상환해야 할 채권을 보유한 일부 계열사를 중심으로 회사채 차환 정도에만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이 차입금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에도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보유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익성 하락세 지속…현대제철 3고로 '수급 압박' 커진다
자산을 팔고 자본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현금창출능력 회복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대부분의 계열사가 불황의 늪에 빠져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포스코는 철강 부문의 포스코와 포스코특수강, 건설·엔지니어링 부문의 포스코건설과 포스코플랜텍, 민자발전 부문의 포스코에너지, 물류 부문의 대우인터내셔널, 전산 쪽인 포스코ICT 등의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여러 계열사가 있지만 철강 부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철강 부문은 그룹 전체 자산의 71%, 매출의 51%를 차지한다. 건설업과 물류 등 비철강 부문도 플랜트 건설과 철강 원재료 구매와 제품 수출 대행 등으로 철강 부문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 계열사 중 이익 기여도는 포스코가 가장 크다. 포스코가 창출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그룹 전체 EBITDA의 7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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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익성 전망이 썩 좋지 않다. 철강 업종 특히 포스코가 주력으로 하는 열연사업은 국내외 생산능력 확대로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 그룹 계열사 합산 EBITDA 창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 때 8조~9조 원에 달했던 EBITDA는 2012년에 6조 원 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2013년) EBITDA가 6조 원을 하회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9월까지 영업이익률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5%를 밑돌았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제 3고로를 완성하면서 국내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3고로를 가동하면서 국내 열연강판과 후판 부문의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전방 산업이 없는 포스코의 경우 더욱 수익성 압박이 커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주력 강종인 열연강판과 후판의 공급과잉 및 수요부진 등을 감안할 때 뚜렷한 시황 회복 없이는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계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재료 확보 관련 지분 투자, 인도와 인도네시아도 등에서의 일관제철 투자, 국내외 공장 증설 등 활발한 투자 활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철강 시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재무 부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투자금 조달은 주로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에 의존했다. 이에 따른 지난해 3분기 말 기준(별도) 차입금은 8조 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의 차입금 상환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전체의 차입금(총차입금)은 2011년 20조 3800억 원에서 2012년에 16조 7500억 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이익이 동반 감소하면서 EBITDA 대비 총차입금(총차입금/EBITDA)은 2.8배 수준을 기록했다. 차입금을 줄였는데도 이익 감소폭이 커서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해외사업 손실 부담 확대
해외 사업에서의 손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해외 종속 법인들은 한 해에 247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1년에 4175억 원의 순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000억 원 넘는 이익이 증발한 것이다.
지난해(2013년)에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해외 투자가 대부분 철강 플랜트 시설투자나 지분투자로 구성돼 있어 글로벌 업황 악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의 경우 지난해 감산에 나서면서 손실액이 무려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태국 최대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포스코-타이녹스도 손상차손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철광석 시황이 흔들리면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광산 투자 손실 얘기도 들린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철강 시장이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철강사들이 불황의 늪을 지나고 있다"면서 "포스코 해외 법인과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도 시황 악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국내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보는 신용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대내외 악재가 실적이나 재무상태 악화로 나타날 경우 시장은 더이상 포스코를 AAA급으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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