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3월 04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44주년을 맞은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악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800억 원이 넘는 충당금을 설정한 것이 주 원인이었다.2013년 연간 영업실적 발표가 이어진 올해 초 건설업계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업황 악화와 더불어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손실이 잇따르면서 다수의 건설사들이 적자지속 혹은 적자전환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실적발표 이후 부랴부랴 계룡건설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지난 2012년 말 계룡건설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지 불과 1년 여만의 일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계룡건설산업의 손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충당금 설정에 대해서는 예견해왔지만 그 규모가 예상치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신용평가사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부실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계룡건설산업은 준공 시점이 도래하거나 혹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사업장이 아닌, 준공 후 몇 년이 지난 사업장에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했다. 손실의 주 원인이었던 대구 진천, 대전학하, 청주 비하2차, 천안 백석 등의 사업장은 모두 준공된지 꽤 오래된 현장이다.
특히 준공(2010년) 후 3년이 넘은 대구 진천 사업장에 무려 600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은 점에서 손실 인식 시점에 반영했어야 할 충당금 설정 기준이 느슨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의도적으로 충당금 설정을 미뤄온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회계처리 기준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계기준상 문제가 없더라도 준공 이후 몇 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 사업장에 6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할 만큼 여전히 부실규모가 크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충당금 설정을 지연해 온 게 아니라고 해도 준공 이후 3년 동안 정확한 부실규모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시장 환경의 악화로 인한 충당금 설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다만 이 역시도 시장 관계자들이 납득할수 있는 수준이 있다. 계룡건설산업은 지난해 부실을 모두 털어냈기 때문에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말도 도무지 신뢰가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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