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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이사회 통제력 높였다 [지배구조 분석]법조·관료 출신 영입…농협은행 사외이사도 장악

안경주 기자공개 2014-04-03 08:59:31

이 기사는 2014년 03월 31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3년차를 맞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인한 '옥상옥' 틀에는 변화가 없지만,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이사회 통제력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농협지주 뿐만 아니라 농협은행, 농협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임기만료된 사외이사를 전원 교체하면서 임 회장의 영향력이 넓어졌다.

사실 농협금융지주는 특수한 지배구조 성격상 임 회장의 입지가 제한적이다. 100%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의 인사와 예산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앙회 회장이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성과평가뿐만 아니라 선출 과정에서도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에 농협금융지주의 비상근 이사 2명 모두 중앙회 출신으로 지주 회장을 사실상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주 회장으로서는 시어머니(중앙회 회장) 뿐만 아니라 시누이(중앙회 출신 이사)가 많아 인사 및 경영 의사결정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임 회장에 앞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맡았던 신동규 전 회장은 은행·보험 등 계열사 인사에도 본인의 입김을 반영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배구조 2014-농협금융1

하지만 임 회장은 과거와 달리 이사회 통제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번 신임 사외이사 선임이 이를 반영한다는 것.

농협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은 현재 상근이사 1명(회장), 비상근(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기가 만료된 이사진 4명 중 3명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김영기 사내이사만 재선임(1년)됐을 뿐 박재근 사내이사, 박용석·허과현 사외이사를 교체했다.

대신 사내이사로 정태호 농협중앙회 인력개발연구원장을, 사외이사로 김준규 전 대검찰청 검찰청장과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손 선임연구원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낼 당시 임 회장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으면서 업무적 교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과는 임 회장이 국무총리실장을 지냈던 시절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존의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 2명도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임 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된다. 배국환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냈으며, 현정택 사외이사는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장을 거쳐 인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배국환 사외이사와 현정택 사외이사의 임기는 각각 오는 7월과 내년 3월까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교체하면서 자연스럽게 임 회장의 영향력을 확대했다"며 "임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이사회 멤버가 5명(임 회장 포함)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면서 이사회 통제권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로부터)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했다. 지주 체제로 출범한 이후 첫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열고 지배구조를 재편한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체제로 출범한 이후 첫 사추위를 통해 뽑은 사외이사"라며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전문성을 중심으로 새롭게 선임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사외이사 5명 모두를 신임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지배구조 2014-농협금융2

하지만 농협은행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보면, 임 회장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된 강상백 전 여신금융협회 상근부회장과 김국현 전 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문창모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 등 3명은 관료 출신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부장은 임 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낸데다 정부의 경제·금융관련 요직을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사실상 농협은행 사외이사 5명 모두 임 회장의 직간접적 영향력에 있는 것이다. 다만 임 회장의 통제력 확대에도 불구, '옥상옥' 지배구조에 근원적 변화는 아직 없다는 전언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농협금융의 인사는 모두 (임 회장이) 자율적으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이 같은 사외이사 교체가 가능했다는 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분 100%를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는 한 사실상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면 언제든지 지배구조가 다시 무너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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