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14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전문건설사들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유동성이 고갈되고,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잘 나가던 건설사들이 한계기업으로 내몰렸다. 대부분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을 거쳐 숨이 끊어졌다.대한민국의 주택(아파트) 건설 신화는 그렇게 막을 내리는 듯했다. 아니 모두가 끝났다고 했다. 적어도 든든한 그룹 배경이 없는 주택 전문 건설사가 당장 먹고 살길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호반건설은 달랐다. 분양 대박을 터뜨리며 해마다 외형을 늘렸다. 2008년 2400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조 원에 근접했다.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벌어들인 순이익과 영업이익 합계가 각각 4871억 원, 5425억 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 5317억 원에 달했다. 연평균 매출 7000억 원에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호반건설의 흑자경영 비결은 단순하다. 철저히 주거 수요가 많은 수도권 또는 지방 산업단지 인근의 공동주택 용지를 공략했다. 민간 택지 개발 과정에서 복잡한 이해관계 등 사업 리스크를 처음부터 피해갔다. 시행은 대부분 계열사들이 맡았다. 시행사와 잡음이 있을 리 없다. 또 확보한 택지는 절대 장기간 보유하지 않는다. 택지 낙찰 후 1년 이내에 분양을 거의 끝냈다. 분양가는 무조건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했다. 외부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호반건설은 지난 수년간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여기에 공공택지 확보 노하우가 뒷받침되면서 연평균 1만 가구에 육박하는 주택을 분양했다. 투입 비용이 적으니 이익이 날 수밖에 없다. 한 때는 영업이익률이 20%를 넘어선 적도 있다. 이 같은 호반건설 생존전략은 건설업계에 일종의 '모범답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호반건설 지배구조 변화는 영업 전략에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호반비오토, 호반베르디움 등 주력 계열사가 여러 자회사를 흡수했다. 2012년 말에는 호반건설이 지주사격인 호반건설산업을 합병,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직계열화로 세금 부담을 피했으나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우선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계열 관계가 단순화됐다. 다수의 시행 법인들이 사라지면서 택지 확보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현금 창출력도 둔화됐다. 흩어져 있던 계열사들을 흡수하면서 악성 우발채무나 외부차입을 모두 떠안게 됐다. 비대해진 몸집을 이끌고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3%로 전년대비 15%포인트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공공택지 경쟁이 심화되면서 용지 확보에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잔치가 끝나면 앞서 사라진 업체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당장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곳간에는 LH공사 등으로부터 확보해둔 택지가 아직 쌓여있다. 최근에는 외부 도급사업을 확대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위기에 강한 호반건설이 이번엔 어떤 답안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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