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08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부터 매 분기 프라이빗 뱅커(PB)를 대상으로 시장 전망 및 투자유망한 상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산관리 시장의 첨병으로 활동하는 PB 자문단의 응답 변화를 통해 시장 변화의 흐름과 상품 트렌드를 따라가 본다는 취지다.설문조사에 대한 답변을 취합하면서 한 가지 의아하게 느낀 것이 있다. 상당수 PB가 가치주펀드를 중소형주펀드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분기에 이어 3분기를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 PB는 여전히 가치주펀드가 투자유망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설문조사는 향후 1년 간 투자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펀드를 일반주식형과 중소형주식형 등으로 구분해 진행된다. 가치주펀드가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한 대다수 PB는 일반주식형펀드란에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신영마라톤펀드' 등 가치주펀드를 적었지만 적지 않은 PB가 중소형주식형란에 가치주펀드 이름을 적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가치주펀드는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장기간 투자하는데, 저평가된 우량주는 보통 중소형주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그러다보니 가치주펀드는 무조건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펀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물론 대형성장주가 시장을 이끌던 과거 상승장에서는 저평가된 우량주는 대부분 중소형주식으로 통용됐다. 그래서 중소형주펀드와 가치주펀드의 수익률 곡선이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이 좋을 땐 가치주펀드 수익률도 대개 좋았다. 그만큼 가치주펀드가 중소형주를 많이 담았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이채원 부사장(CIO)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2010년 말이 돼서야 처음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펀드가 2010년 말에,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펀드는 1년 뒤인 2011년 말이나 돼서야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그 이전 포트폴리오엔 삼성전자가 자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신영마라톤 등 다른 가치주펀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삼성전자 등 대형주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갖혀 상승 모멘텀을 잃은 사이 중소형주가 아닌 대형주가 저평가 우량 종목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치주펀드의 최근 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비중이 적게는 80대 1, 많게는 90대 10으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운용 현실이 이러한데도 상당수 PB는 가치주는 저평가된 중소형주 위주로만 투자한다는 잘못된 도식을 머리 속에 넣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한 증권사 상품전략 담당자는 "추천 펀드는 대개 최근 1년 간 수익률이 좋았던 상품 위주로 꾸려진다"며 "보통 수익률로 펀드의 겉모습만을 판단할 뿐 운용보고서까지 꼼꼼히 읽어보는 PB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펀드가 어떤 포트폴리오 전략을 쓰는지도 잘 모르는 채 금융권에서 추천하는 상품을 마냥 믿고만 사야 하는 것 같아 갑자기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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