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간 대장정, 유동성 위기 대기업 '직격탄' [정기 신용평가 리뷰] ①45개 기업 등급 하락…동부·현대·한진·두산·대성 집중
황철 기자공개 2014-07-22 10:10:00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8일 0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국내 신용평가업계의 정기 신용평가가 끝났다. 넉 달에 걸친 대장정으로 통상 6월 한 달 동안 진행하던 것보다 서너 배 이상 기간이 늘었다. 그 만큼 크레딧 이슈가 많았고 평정의 고민 또한 깊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평정 결과 또한 파격적이고 광범위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기업의 신용등급과 아웃룩(Outlook)의 조정이 이뤄졌다. 그룹별로 희비가 교차하고 산업별로도 각기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무려 45개 회사채 발행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부정적' 전망을 단 기업도 27개에 달했다. 투자적격 등급 내에서만 31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AAA의 터줏대감이었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동부·현대그룹 계열 채권이 투기로 전락하는 등 굵직한 이슈도 많았다.
◇ 역대 정평 중 최장 기간, 어느 때보다 파격적 강등 조치
2014년 정기 신용평가는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진 대기업 그룹 계열의 신용도를 재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 강하다. 개별 기업의 사업안정성이나 실적 변동성에 집중하던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룹별로 무더기로 계열사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일이 속출했다.
동부·현대·한진·두산·대성그룹에서만 17개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BBB- 이상 투자적격 기업 중 신용등급이 강등된 31개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업황보다는 계열 리스크의 전이가 신용등급의 하락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위험의 질은 다소 다르지만 KT그룹 역시 KT ENS 법정관리 사태를 발단으로 신용도 하락이 계열 전체로 퍼져나갔다.
동부·현대그룹 계열은 투기등급으로까지 강등됐다. 동부그룹의 경우 주력사인 동부제철이 실질적 워크아웃이나 다름없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평가사별 차이는 있지만 동부제철·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이 최하 B+까지 떨어졌다. 동부메탈, 동부CNI는 BB-로 강등됐다. 모두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라 단기간 내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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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계열사도 한국신용평가의 평정으로 '추락한 천사(Fallen Angel)'로 전락했다. 한신평은 3월14일 현대상선,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등급을 BB+로 떨어뜨렸다. 자구계획 이행의 부진으로 재무개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앞선 3월13일 한기평의 현대상선 신용등급 강등(A-→BBB-)은 2014년 정기평가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한기평은 현대증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한진그룹 역시 해운업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한진해운의 리스크가 상당부분 전이됐다. 한기평은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의 마지노선인 BBB-까지 떨어뜨렸다. 한신평, NICE신평도 BBB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대한항공 신용등급은 한기평을 시작으로 평가 3사 모두 A-로 한 노치 하향했다. 한진칼은 NICE신용평가로부터 A- 강등 조치를 받았다.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는 과중한 재무레버리지와 수익성 저하에 대한 엄중한 평가를 받았다.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BBB로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밥캣 인수 후 늘어난 차입금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지 못해 한기평으로부터 A- 강등 통보를 받았다. 두산캐피탈의 경우 업황 부진과 계열 신인도 저하가 맞물려 등급이 A-로 한 노치 떨어졌다.
대성산업과 대성산업가스는 계열 리스크 전이가 신용등급 강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성산업은 디큐브시티 개발과 투자금 회수 부진으로 차입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영업적자 역시 지속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기존 BBB에서 BBB-로 투기 직전으로 몰린 이유다 . 대성산업가스는 지주사와 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신용등급이 A-에서 BBB급(BBB+)으로 떨어졌다.
◇ 등급 하향에도 부족..부정적 전망 수두룩
KT와 포스코는 올해 신용평가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KT는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긴 했지만 가까스로 AAA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KT캐피탈은 AA급 기업에서 A급 기업(A-)으로 전락했다. KT텔레캅의 신용등급은 기존 A에서 A-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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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AAA급 기업 중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회사채 역사상으로도 외환위기(IMF)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었다. 한기평은 지난달 11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재무레버리지 확대와 업황 부진 등을 이유로 AA+로 강등했다. 이후 NICE신평과 한신평이 잇따라 AAA 유지 방침을 내려 유효 등급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이 붙어 향후 재무 실적에 따라 추가 강등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형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한기평에 이어 한신평, NICE신평으로부터도 A+에서 A0로 강등 조치를 받았다. 롯데건설은 한기평과 NICE신평이 A0로 떨어뜨렸다. 한기평은 국내 주택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KCC건설의 신용등급도 A0에서 A-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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