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글로벌 생산기지 전락? [유통家 해외사업 명암]위탁가공 수출 증가세…자체 브랜드 수출 전무
김선규 기자공개 2014-07-28 08:37:07
이 기사는 2014년 07월 21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0년대 초반 대만은 세계적인 IT 제품 생산기지로 각광받았다.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등 위탁가공을 통해 덩치를 키워나갔다. 실제 전세계 PC와 핸드폰 관련 부품의 90%가 대만에서 생산될 정도였다. 하지만 대만업체들은 브랜드 업체들의 무리한 요구, 대리가공으로 버는 수익률이 낮아지는 등 기존의 성장 전략에 한계를 느꼈다.실제 OEM과 ODM을 하는 업체들은 매출총이익률은 10% 안팎에 불과했지만, 독자 브랜드를 가진 업체들은 거의 70%에 달했다. 더욱이 중국 등 신흥국들의 IT기술이 날로 성장하면서 위탁가공 시장이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수익률도 5% 내외 하락했다. 결국 뒤늦게 자체 브랜드 개발에 나섰지만 그 성과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한발 늦은 브랜드화 전략으로 이미 글로벌 시장의 벽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해외사업 전략을 펴는 곳은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총 1873만 상자를 수출했다. 해외 각국에서 3억7460만 병(500㎖ 제품 기준)의 오비 맥주 제품을 소비한 셈이다. 지난 2012년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매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성장을 이끌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ODM을 통한 위탁가공이다. 전 세계 30개국에 40여 종의 다양한 맥주 제품을 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홍콩 시장 점유율 1위인 '블루걸(Blue Girl)',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데스터(Dester)'도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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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M생산은 제조업체가 독자적인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기호에 맞는 제품을 직접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주문자 요구로 제품을 만드는 OEM보다 한 차원 높은 수출방식이다. 특히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판매망이 부족한 기업에게는 우수 브랜드와 계약관계를 통해 매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AB인베브가 ODM을 통한 오비맥주의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양조시설과 라인증설 등 투자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DM 수출, 과연 구세주 될까
그렇다면 과연 ODM 수출이 오비맥주에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ODM을 통해 해외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다보니 단기적으로 별 무리 없어 보인다"며 "자체 브랜드 역량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만 키운 하드웨어 위주의 접근은 중장기 성장을 보장할 수 없고 지금 같은 전략으로는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결과만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동남아 제품과 유럽 중저가 제품들이 위탁가공시장에 뛰어들면서 ODM 수익성이 크게 후퇴했다.
증권사 연구원은 "예전에는 ODM 수익성이 좋았다. 영업이익률이 20%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계약 조건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위탁가공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사정을 전했다.
실제 동남아 제품들은 유명 브랜드와 기술제휴를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유럽제품들은 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등 대리가공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오비맥주 최대 수출국인 일본은 소비부진으로 일본 맥주 브랜드가 대형 유통점을 통해 PB맥주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향후 오비맥주의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도 있다.
오비맥주가 꺼낸 'AB인베브 해외시장 네트워크' 활용 방안도 수익 개선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비맥주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붐이 일고 있고 AB인베브가 중국에 구축한 유통망을 활용하면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승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AB인베브 판매망을 활용하다면 수출물량은 늘겠지만, 판매마진은 고스란히 AB인베브로 가고 나머지 생산마진만 오비맥주에 유입되기 때문에 수익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해외진출, AB인베브 투자가 관건
오비맥주 내부에서는 자체적인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 특히 수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지금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해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오비맥주는 자사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장인수 사장까지 나서 "2~3년 이내에 '카스'를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내 '톱10 맥주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브랜드 구축 노하우가 부족하고 지금까지 시장을 지배해온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도 쉽지 않은 탓이다. 또한 자체 브랜드를 해외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마케팅과 판촉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을 AB인베브가 용인할지 의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투자할지 의문이 많다"며 "장기적인 투자 선행으로 브랜드력을 강화할 것인지, 아니면 투자대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주저하다 사업을 철수할 것인지 등이 오비맥주의 해외진출을 향한 관전포인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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