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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그룹 비전따른 진출방식의 '한계' [유통家 해외사업 명암]'시장 선점' 우선하는 그룹 전략...호텔업 특성 반영 못해

장소희 기자공개 2014-08-11 08:49: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07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9년 '2018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후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은 해마다 연초 신년사를 통해 해외사업을 강조해왔다. 그때마다 신 회장은 '시장 선점'에 무게를 실었다. 롯데그룹이 해외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블루오션 찾기'인 셈이다.

최근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롯데호텔도 무엇보다 시장 선점에 중점을 두고 출점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진출한 계열사들도 선점이 가능한 러시아, 동남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롯데호텔은 이미 러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괌 등에 4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고 오는 9월 개관을 앞둔 곳부터 출점 계약을 맺은 곳까지 합하면 2017년까지 총 8개 해외 호텔을 보유하게 된다.

◇지역별 출점 형식 '다양화'...법인 소유구조·운영방식도 각기 달라

롯데그룹이 해외진출 비전을 밝힌 이듬해 롯데호텔은 롯데백화점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에 첫 삽을 떴다. 서울 소공동 본점과 같은 이른바 '타운형 출점' 방식으로 백화점과 호텔이 나란히 해외진출에 나선 경우다.

롯데호텔은 러시아 진출에 앞서 현지 호텔사업을 총괄할 법인 '롯데루스(ZAO Lotte Rus)'를 세웠다. 동반 진출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롯데쇼핑루스(Lotte Shopping Rus LLC)'라는 법인을 따로 세웠다.

특이한 점은 이들 법인을 2008년 5월 설립한 '롯데유럽홀딩스(Lotte Europe Holdings B.V.)'에 현물출자해 간접 지배하는 구조를 갖췄다는 것이다. 결국 롯데호텔의 첫 번째 해외법인은 '롯데쇼핑→롯데유럽홀딩스→롯데루스'의 구조에 따라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크게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오는 9월 개관을 앞둔 베트남 하노이점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타운형 개발에 나선 곳이다. 롯데그룹에서 부지를 매입하고 롯데건설이 착공에 들어간 지하 5층, 지상 65층 규모 '롯데센터 하노이'에 백화점과 호텔이 입주하는 형식이다. 하노이점에는 현지 기업이 운영하는 레지던스와 오피스텔 등도 입점할 예정으로 앞서 호치민에 세운 '롯데레전드호텔사이공'보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3월에 사업을 시작한 베트남 호치민점인 롯데레전드호텔사이공은 기존에 있던 현지 호텔을 인수해 진출한 경우다. 인수 후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롯데 체인호텔로 거듭났고 주변에 대사관이 많은 호치민 주요 거리에 위치해 국빈이나 고소득층 방문이 잦은 편이다. 베트남 호치민점과 신규 개장하는 하노이점은 모두 롯데호텔베트남(Lotte Hotel Vietnam Co., Ltd.)법인에 속한다.

롯데호텔의 세번째 해외체인호텔 '롯데시티호텔타슈켄트팰리스'는 임대형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지역 특성에 맞춰 특2급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로 진출한 경우다. 현재 롯데 해외체인호텔 중 유일하게 특2급 호텔이자 직접 진출을 택하지 않은 곳이라 현지법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올 6월에 개관한 롯데호텔괌은 법인(Lotte Hotel Guam, LLC)에 큰 규모 자본금이 투자됐다. 괌 지역이 이미 전세계적인 관광명소인 까닭에 먼저 진입한 세계 유수의 호텔들이 많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시설 투자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호텔 2곳을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법인의 4배에 달하는 자본금(155억 원)이 들어갔지만 개장 초기라 3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호텔롯데 해외법인 현황

◇시장 선점 가능 지역 '우선 공략'...글로벌 호텔과 경쟁 없이 TOP3 가능?

신격호 회장이 강조한대로 롯데호텔은 시장 선점이 가능한 국가와 지역을 중심으로 출점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첫 진출지역인 러시아 모스크바에 더불어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다소 글로벌 체인호텔의 진출이 뜸한 곳을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해외체인호텔 출점지 선정은 해외사업팀에서 별도 검토 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서유럽이나 기타 선진국은 호텔사업을 하기에는 이미 레드오션이고 롯데호텔이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출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롯데호텔이 압도적인 업계 1위라고 할 수 있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국내 롯데호텔을 이용하며 그나마 인지도를 쌓고 있는 중이지만 인터컨티넨탈, 홀리데이인 등의 호텔브랜드를 운영하는 영국의 IHC그룹 등 글로벌 체인호텔회사들에 비하자면 초라할 뿐이다. 특히 호텔사업보다는 면세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우리나라 호텔기업들의 사업구조로 봤을 때 경쟁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롯데호텔은 해외진출을 시작하며 2018년도까지 국내에 25개, 해외에 15개 등 40여 개 체인호텔을 두는 '아시아 톱3 호텔'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까닭에 경쟁 대상으로 보고 있는 호텔들도 샹그릴라, 페닌슐라, 만다린 오리엔탈 등 주로 중국, 홍콩 등 아시아 호텔이다. 애초부터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진출에 나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출점 현황만 봐서는 이런 아시아 주요 호텔들과도 경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장 선점을 이유로 경쟁업체들이 거의 없는 지역에만 출점 했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을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2018년까지 계획대로 15개의 해외 체인호텔을 보유한다고 해도 거대 자본과 광대한 영업망을 앞세워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아시아 톱3 호텔의 벽을 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표방하는 '시장 선점형 진출' 방식이 호텔사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의 경우 시장을 선점한 효과가 클 수 있지만 호텔은 진출국가나 지역에 따라서 호텔 브랜드 이미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세계 주요 호텔 밀집지역에서 글로벌 체인호텔들과 경쟁하지 않고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롯데호텔괌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롯데호텔이 글로벌 호텔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 같다"며 "호텔업의 경우 단순히 5성급, 6성급 시설만 갖추었다고 해외 고객들에게 고급호텔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출점도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해외진출 전략을 일방적으로 호텔사업에도 적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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