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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重, 실적부진이 실제보다 커보이는 이유는 [1등 기업의 위기]④그룹 유일 캐시카우, 지원 부담 상존…재무적 버퍼 축소 우려

황철 기자공개 2014-08-18 10:03:47

[편집자주]

1등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의 대표기업이 수익성 저하와 재무구조 악화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별로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1위 기업이 봉착한 위기의 실상과 자구안의 실효성을 살펴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1일 09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최대 산업플랜트 업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담수화 플랜트를 비롯해 원자력·화력 등 발전설비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 수주잔고 감소로 외형성장이 정체해 있지만 연간 10% 안팎의 에비타(EBITDA) 마진을 꾸준히 창출할 정도의 저력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두산중공업 자체만 보면 아직은 위기라는 말이 시기상조로 들린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에게는 계열 리스크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지금까지 두산그룹 재무개선의 중심에는 거의 언제나 두산중공업이 있었고 적잖은 '희생'을 수반했다. 그룹을 통째로 책임져야 하는 구조에서는 단기간의 수주감소와 성장정체도 예사롭지 않은 사건으로 비춰질 수 있다. 거의 유일한 캐시카우인 두산중공업의 수익창출력 저하가 계열 전반의 재무적 버퍼를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결국 두산중공업의 경우 국내외 자회사의 수익창출력 개선과 재무적 자립도 향상이 시장에서 제기하는 여러 우려 요인을 불식할 수 있는 선결 요건이 될 전망이다.

◇ 세계 최고 기술력, 수주축소에도 경쟁력 여전

두산중공업은 한국 경제와 두산그룹의 변천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1970년대 정부의 중공업 육성 정책의 수혜를 받으며 세계적인 산업플랜트 기업으로 성장했다. 발전 설비, 해수 담수화를 중심으로 주단조·건설까지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왔다. 특히 발전·담수·산업설비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강력한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산그룹 제2기 탄생의 중심에도 두산중공업이 있었다. 두산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사업구조조정에 나서 2001년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을 인수했다. OB맥주 등 주류·식품업 등 경공업 중심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었다. 2003년 두산건설,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며 현재와 같은 사업구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때부터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최대 사업 자회사이자 중간 지주회사로서 계열 전반의 재무에 관여하게 됐다. 두산중공업 자체로 보면 '희생'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만한 자금의 유출이 지속됐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지주회사인 ㈜두산에는 대규모 배당금을 지급해 왔고, 계열사의 유상증자나 지분매입에도 수조 원의 자금을 들여야 했다. 그룹 차원의 M&A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계열 관련 자금유출이 지속됐다.

두산그룹은 양대 주축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앞세워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6년 루마니아 IMGB, 2007년 미국 CTI와 밥캣,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를 인수해 중공업 사업폴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단기간 내 다수의 M&A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차입금은 그룹 전반의 재무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해결할 데도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거의 유일한 캐시카우로서 역할을 다해 왔다.

두산중공업은 이후 계열사가 유동성 위험에 처하자 4대 주력사 중 하나인 두산엔진을 비롯해 해외 계열사에 수 차례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두산건설을 상대로 이뤄진 1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지원은 계열간 리스크의 강력한 연결 고리를 재확인해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2월 두산건설에 8771억 원에 달하는 현물·현금출자를 단행했다. 12월에는 RCPS 4000억 원에 대해서도 정산의무를 제공했다.

◇ 자체 성장성 확보보다 계열 부담 축소 선결 요건

최근 두산중공업의 실적 저하와 성장 정체가 현실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룹을 사실상 홀로 이끌어 가는 구조에서는 단기간의 수주감소와 현금창출력 저하가 계열 전반의 재무적 버퍼를 약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세계적인 발주 규모 축소와 주요 프로젝트 수주 시기 연기로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간 경쟁 강도 과열도 신규 수주의 축소를 불렀다.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 금액은 5조8386억 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잔고가 2조7000억 원 가량 줄었다. 그 결과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했고 올해에도 추세적인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연기된 프로젝트의 협상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발전 수요의 증가 등 우호적 전망을 이끌 요인도 많다. 수주 감소에도 수년간 8~10%대의 EBITA마진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아직은 두산중공업 자체로만 볼 때 사업적으로나 재무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기 성급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두산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 회복보다 계열 리스크의 완화를 선행해야 한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그룹 차원의 재무개선 작업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연말 이후 두산인프라코어가 4000억 원대 GDR 발행했고 두산중공업도 자산매각으로 300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그룹 전반의 자산재평가로 1조 원대의 차익도 발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캣 리스크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두산건설의 경우 국내외에서 전환사채(CB) 등을 통해 꾸준히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성과는 미진하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밥캣의 실적 호조로 한숨 돌렸지만 글로벌 경기부진의 여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실적의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두산중공업 본연의 사업안정성을 흔들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문제는 그칠 줄 모르는 계열 지원과 향후 추가적인 자금유출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결국 그룹 지배구조상 이를 절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계열사들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사업성과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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