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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 바이오시밀러 사업 '속도조절' [제약업 리포트]시장 관망, 연구개발 투자 주춤...'원조 바이오명가' 명성 퇴색

장소희 기자공개 2014-08-14 08:25: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2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명과학이 LG그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시작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비 집행 등 관련 작업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LG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휴미라(에브비사의 류마티스관절염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가 최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6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발이 진척된 경우다. 이 두 곳 외에도 동아ST, 이수앱지스, 바이오씨앤디 등이 전임상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명과학은 1상 허가를 얻는데 성공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번에 얻은 임상 결과는 국내 허가에 불과하다. 향후 임상 2·3상과 국내 시판을 거쳐 진출할 해외시장에서 다시 각각 임상을 진행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사실상 세계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해야 개발비 회수는 물론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지난해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이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사업 속도가 둔화됐다. 지난해 초 정 사장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회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식은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연구·개발(R&D)에만 꾸준히 투자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후 삼성, 셀트리온, 동아ST 등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이어오고 있지만 사업 포트폴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구체적인 R&D투자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기존에 LG생명과학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화학의약품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11년 LG그룹의 든든한 후원을 받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LG그룹은 21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LG생명과학의 바이오시밀러 R&D에도 일부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LG그룹의 화학부문에만 3조 6000억 원이 투입됐는데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군에 포함돼 적잖은 돈을 받았다.

당시 LG생명과학은 이미 엔브렐(암젠사의 류마티스관절염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제품 개발에 한창이었다. 그룹의 지원으로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고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LBEC0101'의 임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결국 임상 1상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오리지널 제품과 다르다는 판정을 받은 것. LG생명과학이 과거 바이오사업의 원조라 볼 수 있는 '펙티브'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고, 바이오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왔던 터라 실망감은 두 배로 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신약 펙티브가 1세대 바이오의약품의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후에도 LG생명과학은 신약개발을 위해 꾸준히 R&D투자를 해왔고 LG생명과학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따로 나와서 후보물질 개발 바이오벤처를 차린 경우가 많아 '바이오인재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 삼성 등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생명과학의 바이오사업이 과거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기 취임 1주년을 넘긴 정일재 사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시도도 했다. 일본 모치다(Mochida)사와 손을 잡고 바이오시밀러 공동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LG생명과학은 2012년 11월 모치다사와의 MOU체결을 통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일본지역 임상, 허가 등록 절차 등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MOU를 통해 일본시장 진출을 확정했지만 정 사장이 품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사업 신중론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R&D를 지속하되 선발주자들의 시장성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 외에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좀 더 시장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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