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22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특례상장을 노리던 바이오 기업 A사가 기술성 평가 과정에서 쓴 잔을 마셨다. 심사를 진행한 외부전문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전부 BBB등급을 받은 것이다. A사가 오랜 기간 특례상장을 준비해 오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축적해 놓았다는 점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었기에 여파는 꽤 컸다.A사와 A사에 투자한 투자자들, 상장 과정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은 물론이거나와 A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도 이같은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더군다나 A사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조차 비슷한 시기에 심사를 통과해 평가 과정과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전후사정은 심사를 진행한 평가기관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러자 평가기관 한 곳에서 A사와 거래소에 조심스레 결과를 번복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해당 기관은 처음으로 기술성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데다 외부에서 영입한 평가 책임자는 해당 기술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었다고 한다. 기술에 대한 이해나 전문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를 진행하다보니 결과를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심사 통과 하한선인 BBB등급을 부여했고, 잡음이 일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작년 하반기 한국거래소는 기술성 평가를 통한 특례상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술성 평가 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 차원에서 전문 기술평가기관을 9곳에서 22곳으로 늘리기도 했다. 평가기관 풀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소통 창구는 늘어나고 평가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관마다 평가 잣대가 제각각이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르고, 자신들만의 기준을 가진 평가 기관 2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평가를 맡기다 보니 심사 결과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과 무관한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 나쁜 결과를 받은 기업 입장에서는 불만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자연스레 기술성 평가 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오 업종 투자 전문가는 "평가기관은 사실상 '복불복'으로 정해지지만, 업종별로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기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기관이 있다는 점 자체를 감춘다고 한다. 다음 심사에서 괘씸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평가기관 선정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이 벌어진다.
기술성평가 상장제도가 도입된지 이제 10년째다. 이 제도 덕분에 조기에 상장 문턱을 넘어 상당한 수준에 다다른 바이오기업들이 많아졌다. 올 들어 거래소가 기술성 평가 심사 요건을 완화하고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문턱을 낮추자 평가 특례상장을 노리는 벤처기업들이 더욱 늘어났다.
기왕 많은 기업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이상 혜택은 가급적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특례상장제도의 혜택을 많은 기업들이 공평하게 누리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성 평가 결과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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