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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금융 '흑묘백묘론' [thebell desk]

이승호 차장(벤처투자팀장)공개 2014-08-26 08:44:51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6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금융위원회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움직임을 놓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법 개정안의 핵심은 신기술사업금융전문사를 별도로 신설하고 자본금 요건을 현재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당장 동일한 벤처캐피탈이면서 자본금 요건이 50억원인 창업투자회사에서 신기술금융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벤처투자업계는 중소기업청과 금융위원회가 벤처금융 주도권을 놓고 진검승부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금융 주도권과 관련한 정부 부처간 경쟁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벤처금융제도의 변천과정에서 중요한 시점으로 거론 되고 있는 것은 1986년이다. 벤처금융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술진흥(현 아주IB투자)이 1974년에 설립된 이후 한국기술개발(1981년, 현 KTB네트워크)과 한국개발투자(1982년, 현 큐캐피탈)와 한국기술금융(1984년, 현 산은캐피탈) 등이 설립되면서 국내에도 벤처금융이 태동했다.

본격적인 벤처금융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시점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1986년이다. 당시부터 벤처금융의 관리감독에 대한 부처간 이견이 있었고, 결국 상공부는 창업투자회사(등록제)를, 재무부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가제)를 주장하며 벤처금융 이원화 형태가 시작됐다.

이후 과학기술처가 특별법의 형태로 '한국종합기술금융주식회사법(KTDC)'을 제정하면서 관련 법은 삼원화 되는 상황을 맞았다.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벤처금융 관련 제도의 단일화 시도는 2007년에도 나타났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서 벤처금융에 대한 관리감독 단일화가 시도됐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은행, 보험을 제외한 전 금융업을 자본시장통합법으로 규제하면서 벤처금융도 예외 없이 자통법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VC와 PEF는 정책측면에서 달라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운 창투업계와 중기청의 강력 반발로 무산됐다.

'창조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건 현 정부 들어 중기청과 금융위간 벤처금융 주도권 경쟁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5월22일 금융위가 '창조금융 방향과 성장사다리펀드 활용방안'을 통해 성장사다리펀드를 Fund of Fund(모태펀드)의 형태로 하고 법적 성격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조합'으로 발표했다. 여전법을 개정해 신기술조합의 결성대상을 창투사와 PEF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중기청의 반대가 이어졌고, 결국 8월12일 성장사다리펀드의 법적 형태를 자본시장번상 '투자신탁'으로 수정하는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과 관련, 지난해 3월 중기청이 법률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금융위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같은해 9월 금융위가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는 수순을 겪었다.

벤처금융을 둘러싼 양 부처간 경쟁은 금융위가 여전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여전사 기업금융기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 한층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벤처금융 주도권 경쟁에서 중기청과 금융위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정부분 합리적인 의견이 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와 M&A 활성화를 통해 자본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 및 중견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제공을 확대해 건강한 기업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0여개에 불과한 신기술금융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규모가 작아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벤처금융을 하나의 독립된 금융시장으로 인정하고 전면 확대를 선언한 셈이다.

반면 중기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현재 창투사 관리감독에 전혀 문제가 없고,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벤처금융의 특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벤처금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벤처 및 중소기업을 금융의 논리보다는 '지원하고 육성한다'는 정책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간자본이 벤처금융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으로 인해 정작 벤처금융을 주도해야할 벤처캐피탈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어느 한쪽 편을 들자니 뒷감당이 안 돼 불안한 마음뿐이다.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단 하나다. 이원화 돼 있는 벤처금융이 통합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는 관련 제도의 통합을 논의하기에 앞서 벤처금융의 수요자가 누구이고, 어떤 통로를 통해 벤처생태계가 활성화 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할 때라는 입장이다.

중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의 기본 이념인 '흑묘백묘론'을 생각하자는 의견도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중기청이든 금융위든 상관없다는 얘기다.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thebell)이 오는 27일 '2014 thebell Venture Capital Forum'을 개최한다. 이 자리가 이원화 돼 있는 벤처캐피탈 제도 통합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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