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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기금운용 고민 [thebell note]

이상균 기자공개 2014-10-27 07:09: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02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여유자금 규모가 14조 원이 넘는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 연기금 중 이보다 규모가 큰 곳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국민주택기금, 외국환평형기금 등 소수에 그친다. 적립식이라는 특성 때문에 향후 기금 규모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은 주먹구구식으로 기금운용을 해왔다. 14조 원을 운용하는 고용노동부의 인력이 고작 5명이다. 한 사람당 2조 8000억 원 이상을 관리하는 셈이다. 성과도 형편없어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고용보험기금 2.97%, 산재보험기금이 3.39%에 그쳤다. 비슷한 규모의 사학연금이 3.96%를 기록한 것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고비용 구조에 있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은 위탁운용 수수료로 152억 원을 지급했다. 운용보수가 8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판매보수 50억 원, 기타보수(수탁은행+사무수탁사+펀드평가사) 16억 원 등이다. 이는 사학연금이 91억 원을 지급한 것에 비해 60억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전담직원 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부위탁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탓이다. 외부위탁 비중은 고용보험기금이 97.5%, 산재보험기금이 100%다. 반면 사학연금은 25.3%에 불과하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수년간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에 자금운용 체계를 바꿀 것을 주문했지만 고용노동부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심지어 올해 기금운용평가단은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이 기금운용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감점 2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기금운용평가단이 문제 삼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다. 적절한 기금운용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은 5개 이상의 증권사를 판매사로 두고 그 밑에 자산운용사를 선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불필요한 판매사를 여러 개 선정해 운용수수료가 이중으로 지급되는 비효율적인 구조다.

눈여겨 볼 점은 올해부터 고용노동부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의 기금운용 위원회를 열어 별도의 투자풀을 조성하는 방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고용노동부의 장관과 차관의 결재까지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큰 틀에서 현재의 운용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8월에 나온다는 공고는 10월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관계자는 여름휴가마저 반납하며 사업을 준비했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사업 공고가 연기되는 이유로는 고용노동부가 자산운용사 1곳만을 선정할지, 아니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각각 1곳씩 설정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올해 초 국민주택기금의 고심과 일맥상통한다. 국민주택기금은 고심 끝에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각각 1곳을 선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외부 전문가와 기금운용평가단의 의견은 전문성이 없는 증권사가 주간운용사 역할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 불필요한 수수료가 지급된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국민주택기금의 경우 증권사의 로비 탓에 입찰을 조달청에 넘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의 실무진에서는 자산운용사를 선호하지만 고위층에서 증권사가 포함되기를 원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그동안 악동 소리를 듣던 고용노동부가 이 정도로 진전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지막 마무리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아무리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고 해도 증권사에게 주간운용사 역할을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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