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규제 때문에…삼성SDS 못 담는 운용사들 운용사 배정 물량 미미·ETF 가격 괴리 적을 듯…상장 이후 주가 관건
최은진 기자공개 2014-10-29 08:42:51
이 기사는 2014년 10월 07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S 상장을 앞두고 주관 또는 인수 증권사의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공모주 투자를 막는 '이해관계인 거래제한' 규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SDS의 공모 규모가 1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 딜(deal)이어서 대규모 주관·인수단이 꾸려져,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 등 업계 중상위권 자산운용사들이 앞으로 3개월동안 삼성SDS 주식을 펀드에 매입하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이다.이 중 하나UBS자산운용과 동부자산운용은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계열 증권사가 인수단에 들어가는 바람에 입맛만 다셔야 할 처지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등은 공모주 펀드는 없지만, 상장지수펀드(ETF)와 인덱스펀드 등의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에 노출될 수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SDS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삼성증권과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 동부증권을 인수단으로 추가했다. 공모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서는 빅딜인 만큼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인수단을 보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은 삼성SDS 공모주 배정에서 제외되고 3개월간 삼성SDS를 매수할 수도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4조와 제85조에 따르면, 이해관계인과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한다는 차원에서 자산운용사는 계열사가 인수업무를 담당한 증권에 대해서는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 돼 있다. 또 상장 이후 3개월이 지날 때까지 해당 종목을 펀드 자산으로 매수할 수도 없다.
당장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하나UBS 자산운용과 동부자산운용이 삼성SDS 공모주 배정에서 배제돼 운용 성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2008년 설정한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인 '하나UBS파워10증권투자신탁'을 보유하고 있다. 총 설정규모는 108억 원이고 최근 1년 수익률은 3.62%로 전체 공모주 평균인 2.47%를 다소 웃돌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지난 2006년 설정한 공모주 펀드인 '동부해오름증권투자회사 6'을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의 총 설정액은 26억 원으로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고, 최근 1년 수익률은 1.8%로 평균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동부자산운용 측은 "삼성SDS는 IPO대어인 만큼 공모주청약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 돼, 실제 공모주펀드에서 받을 수 있는 수량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담지 못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모주 펀드 외에도 ETF나 인덱스 펀드가 삼성SDS를 반영한 지수를 추종하지 못해 지수와 ETF 가격 간 괴리를 의미하는 '트래킹 에러'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시장 최강자로 5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6%가량의 점유율로 3위를 굳힌 상황이다. 삼성SDS를 담지 못할 경우,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KODEX삼성그룹,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200, KINDEX 삼성그룹에 트래킹 에러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
해당 운용사 측에서는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SDS를 ETF에 편입해도 비중이 2% 내외일 것이기 때문에 괴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신규종목이 상장되면 바로 지수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3개월에서 길게는 1년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에 추종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200지수의 정기 변경은 매년 6월에 있다. 일부 사유에 한해서는 특별 변경이 가능해, 정기 변경 이전에도 편입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 측에 따르면, 삼성SDS의 경우 특별 변경 요건에 해당할 확률이 높지만, 편입을 결정하는 데만도 한 두달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SDS를 담지 못하는 삼성그룹주 펀드 역시 우려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SDS가 크게 상승하게 되면 편입할 수 있는 운용사와 그렇지 못한 운용사 간 수익률 격차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설정한 곳 가운데 삼성SDS를 편입하지 못하는 곳은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있다. 특히 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 잣대로 거론되는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의견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08년 설정한 '삼성퇴직연금삼성그룹주40증권투자신탁'과 2009년 설정한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펀드의 설정액은 각각 262억 원, 2,311억 원이고 최근 1년 수익률은 -3.06%, -13.77%로 저조한 모습이다.
하지만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 경험 상 1조 원 이상 공모한 종목 가운데 크게 상승한 종목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보지만, 만약 삼성SDS가 상장 이후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면 수익률 격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운용업계에서는 대형주의 경우, 이해관계인이 인수한 증권을 배정 및 매매를 금지한 규제는 지나치다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공모주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대치되는 처사라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대형주는 운용사가 물량을 많이 받을 수도 없고, 시세를 조작할 여지도 없다"며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규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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