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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시멘트, 쌍용양회 경영권 잃을 가능성 커 일본 본사 지배구조상 대규모 투자 결정 쉽지 않아… 지분 인수 나서지 않을 듯

정호창 기자공개 2014-10-27 06:52: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3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한앤컴퍼니 등으로 구성된 '쌍용양회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이하 매각협의회)'가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섬에 따라 현재 2대주주로서 쌍용양회 경영을 맡고 있는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 본사의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구조상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가 쉽지 않고, 재무상 실익도 적어 쌍용양회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딜을 계기로 태평양시멘트가 15년간 지켜온 쌍용양회 경영권을 고스란히 내놓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3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매각협의회는 최근 보유 지분 매각을 확정하고 조만간 매각 주관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매각협의회 구성원들은 쌍용양회 지분 46.83%를 보유하고 있으며, 의결권 행사와 매각 결정 등을 연대하기로 약정을 맺고 있다.

쌍용양회는 매각협의회가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32.36% 지분을 보유한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갖고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000년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한 이후 15년간 쌍용양회를 경영해 오고 있다. 현재 야마시타 유타카, 도쿠우에 게이지, 기쿠치 켄 등 태평양시멘트가 파견한 임원들이 쌍용양회 등기이사로 선임돼 회사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매각협의회가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넘길 경우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새 인수자와의 지분율 격차가 10%를 넘기 때문이다.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쌍용양회 지분을 추가 취득해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50%+1주'를 확보하거나, 매각협의회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본 사정에 정통한 M&A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배구조상 태평양시멘트 CEO나 경영진이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데다,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을 손에 넣어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시멘트는 특정 기업이나 가문, 오너 등이 지배하는 기업이 아니다. 태평양시멘트의 최대주주는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들로 구성된 연합체이다. 우리나라로 보면 채권단과 비슷한 성격의 협의체로 보면 된다.

이들은 협의를 통해 3년마다 CEO를 선임하는 형태로 태평양시멘트를 경영하고 있다. 따라서 CEO가 단독으로 대형 투자를 결정할 수 없고, 의사결정구조 또한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특징을 감안할 때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란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수적인 금융사들이 큰 수익이 나지 않는 해외기업 인수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걸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태평양시멘트의 앞선 행보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006년 7월 이후 쌍용양회 지분 취득에 나선 적이 없다. 이 때문에 태평양시멘트의 쌍용양회 지분율은 8년째 32.36%에 멈춰있다.

매각협의회 대표로 볼 수 있는 산업은행이 2005년 말 이후 수차례 지분 매각의사를 타진했을 때에도 태평양시멘트는 '50%+1주' 충족에 부족한 지분만을 인수하겠다고 고집해 번번이 협상이 결렬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을 32.36% 이상 취득하지 않는 이유로 자회사 편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회계규정상 특정 기업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취득하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으면 해당 기업을 자회사로 인식해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토록 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을 33.34% 이상 취득하게 될 경우 쌍용양회가 보유한 2조 원 규모의 부채가 태평양시멘트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 경우 태평양시멘트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태평양시멘트가 그간 쌍용양회 보유 지분 규모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를 연결 자회사가 아닌 '지분법 적용 관련 회사'로 인식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만약 태평양시멘트가 매각협의회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한다면, 시가에 프리미엄까지 얹은 높은 인수가격을 지불해야 하기에 재무구조 악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M&A업계에서 태평양시멘트가 이번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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