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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시멘트, 인수전 나서기 쉽지 않아 안전장치 없어 인수 성공 장담할 수 없어… 높은 인수비용도 부담

정호창 기자공개 2014-10-27 09:52:23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3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양회 2대주주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최대주주인 '쌍용양회 출전전환주식매각협의회(이하 매각협의회)'가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섰지만 뚜렷한 경영권 방어 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태평양시멘트는 현재의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을 취득 보유하는데 적잖은 자금을 투입했었다. 이런 와중에 매각협의회가 최근 내놓은 지분까지 추가 인수할 경우 대규모 자금 부담을 져야할 뿐 아니라, 상당한 장부상 투자손실도 불가피하다. 지분 인수를 결정한다 해도 안전장치가 없어 인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태평양시멘트는 현재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에 해당하나 46.83%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산업은행, 신한은행, 서울보증보험, 한앤컴퍼니 등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맺고 있어 실질적으론 2대주주 지위로 밀려나 있다.

따라서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서 '50%+1주'를 확보하거나, 매각협의회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 뿐이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 추가 취득을 결정한다 해도 두 가지 방법 모두 현실적으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매각협의회 지분은 공동매각 약정에 묶여 있어 일부 지분만 분할 인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지분 '50%+1주'를 확보하기 위해선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매각협의회와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을 제외할 경우 쌍용양회 주식의 잔여분은 20.8%에 불과하다. 태평양시멘트는 이 중 17.64%를 인수해야만 '50%+1주'를 확보할 수 있다. 사실상 소액주주 지분 대부분을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공개매수 등을 활용한다고 해도 확보가 쉽지 않은 물량이다.

매각협의회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이 경우에는 태평양시멘트의 보유 지분이 80%에 육박하게 된다. 경영권 행사에 불필요한 지분 30% 가량을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추가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태평양시멘트가 지난 2000년 이후 쌍용양회 지분 취득에 7885억 원을 투자했고, 매각협의회가 내놓은 지분의 예상 거래가격이 5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1조 3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쌍용양회에 쏟아붓는 결과가 된다.

쌍용양회가 지난해 2254억 원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비타 배수(EV/EBITDA) 10배 적용시 기업가치(EV)는 2조 2500억 수준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지난해 순차입금 규모가 1조 3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쌍용양회 지분 100%의 가치는 9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태평양시멘트의 예상 투자비용 보다도 3000억 원 이상 낮은 수치다. 따라서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을 추가 취득함과 동시에 대규모 평가 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만 한다.

이런 문제를 배제한다 해도 걸림돌은 남는다. 태평양시멘트가 매각협의회 지분 인수에 성공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태평양시멘트가 매각협의회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우선매수권'은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배타적 권리가 아니라 매각협의회가 부여한 권리다. 현재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태평양시멘트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매각협의회가 준 권리로, 매각 상황에 따라 언제든 회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태평양시멘트가 매각협의회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한다 해도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경쟁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가격 상향 가능성이 큰 것은 물론이고, 인수 실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태평양시멘트 입장에선 이번 인수전이 이래저래 실익이 없는 거래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M&A업계 전문가들은 태평양시멘트 최대주주인 일본 금융사들이 이번 인수전에 나서는 것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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