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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시멘트, '명분 싸움'서도 불리 15년간 경영권 행사하고도 투자성과 못 내… 책임론 피하기 어려워

정호창 기자공개 2014-10-27 09:52:3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3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 경영권을 잃을 경우,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태평양시멘트가 쌍용양회에 투자하게 된 배경 때문인데, 하지만 당시 투자 내막에 밝은 업계 관계자들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23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매각과 관련해 시장 일각에선 태평양시멘트가 우리 정부나 산업은행으로부터 경영권을 보장 받았기에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태평양시멘트가 과거 쌍용양회 투자를 결정할 당시 우리 정부가 관여했다는 점을 근거로 나온 추론이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태평양시멘트가 지난 2000년 쌍용양회에 3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한 배경엔 우리 정부의 초청이 있었다. 당시 국정을 이끌던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자본 유치에 공을 들였다. 그 첫 번째 성과가 바로 태평양시멘트의 쌍용양회 투자였다.

태평양시멘트는 김대중 정부의 초청을 받아들여 쌍용양회에 투자하면서 경영권과 투자자금 일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증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당시 쌍용양회의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이 태평양시멘트 투자금 중 1억 5000만 달러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줬다. 경영권 보장은 쌍용양회 및 채권단과 공동경영 약속을 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외국기업에게 영구적인 경영권 보장이나 투자금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특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한을 명시한 형태의 약속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제공한 지급보증은 지난 2006년 해소됐다. 경영권 보장 역시 이 시점에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후에도 태평양시멘트에 계속 경영권을 양보했다. 출자전환주식매각협의회를 구성해 쌍용양회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태평양시멘트에 전권을 맡겨왔다.

따라서 이번에 매각협의회가 보유 지분 전량을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태평양시멘트와의 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려 15년간 경영권을 보장해줬기에 명분 싸움에서 산업은행이 우위에 있다는 견해다.

경영권 보장 문제를 거론할 경우 태평양시멘트는 오히려 역공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15년이나 쌍용양회 경영을 책임졌음에도 투자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태평양시멘트의 의사결정이나 경영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15년간 쌍용양회 경영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가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5년 이후 수차례 태평양시멘트에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태평양시멘트는 '50%+1주'에 부족한 지분만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고수했으며, 지난 2006년 7월 이후 8년 이상 쌍용양회 주식을 단 한 주도 늘리지 않았다.

M&A업계 관계자는 "오늘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태평양시멘트는 별다른 경영권 방어 전략을 취하지 않았다"며 "2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15년이나 회사 운영을 맡아 왔으므로 투자 및 경영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태평양시멘트의 몫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매각협의회의 지분 매각으로 인해 쌍용양회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될 경우 태평양시멘트는 지난 2000년 이후 쏟아부은 7885억 원의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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