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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엔지, '체면' 버리고 '실익' 택했다 합병비용 '눈덩이' 재무부담 가중…무리수 피해 원점서 재검토

김시목 기자공개 2014-11-20 09:01: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19일 11: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 합병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합병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막대한 재무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합병을 밀어붙이기 보다는 당장의 실리를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합병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종료된 주식매수청구 행사금액이 총 1조 6299억 원(삼성중공업 9235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7063억 원)에 달하자 합병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이 합병비용으로 책정한 비용은 각각 4100억 원과 9500억 원이다. 다만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책정 비용을 넘어설 경우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주식매수청구 행사를 마감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부담이 더욱 컸다. 예상치와 별차이가 없는 삼성중공업과 달리,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수청구대금이 예상치를 훌쩍 넘었다. 결국 합병 시너지가 단기간에 창출되기 힘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병을 진행해 재무부담을 떠안지 않기로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가진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3388억 원이다. 외부 차입이 현실화될 경우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 업황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신설 합병법인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시너지를 기대했었다"라며 "1조 6000억 원이 넘는 주식매수청구대금을 지불하면서 당장의 합병을 추진하는 데는 재무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합병 무산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SDS, 제일모직 IPO 등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합병 계획이 틀어지면서 삼성그룹의 밑그림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 하락 탓에 주식매수청구대금이 양 사에서 책정한 비용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합병 무산은 의외의 결정"이라며 "결국 양 사의 합병철회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란 밑그림과는 동떨어진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 결의에서 주가 관리, 합병무산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수순을 되짚어 보면 삼성답지 않은 결정"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9월 1일 합병비율 1대 2.36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 철회로 존속회사인 삼성중공업이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 해양플랜트 사업의 기반을 구축하려던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다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두 회사간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 지 여부는 시장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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