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08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탈(脫) 삼성이라는 말이 부담스럽다." 올 초 삼성전기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삼성 IT 계열사들과 수직 계열화 체제 구축을 통해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 균형을 깨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들렸다. 괜한 말로 삼성전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듯 보였다.삼성전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IT계열사들이 최대 고객사다. 지난해에도 전체 매출의 56.8%에 해당하는 4조 68864억 원을 계열사 일감을 통해 벌어들였다. 특히 삼성전자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동안만 1조 2133억 원 어치의 일감을 제공했다. 해외 계열사 매출까지 더하면 내부 일감 규모만 4조 원이 훌쩍 넘는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IT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핸드폰과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칩, 기판, 카메라 모듈, 모터 등을 만드는 것이 삼성전기의 역할이다. 삼성전자와 한 몸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높은 삼성전자 의존도는 삼성전기의 약점이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작년까지 매 해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삼성전기도 과실을 함께 나눠 먹었다. 실제 작년 삼성전기는 설립 후 최초로 매출 8조 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파트너 역할만 수행해도 충분한 보상을 받던 시기였다.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 매출 확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시장의 지적은 공염불과 같았다.
하지만 올 해 들어 사장 상황이 급변했다.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로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도 내리막을 걸었다. 올 3분기 매출이 2012년 3분기 이후 7분기 만에 30조 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5조 원이나 줄었다. 삼성전자 온실에 머물렀던 삼성전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2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기가 처한 현실은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올 연말 삼성그룹 인사를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먼저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이윤태 부사장이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임원 승진자 수도 8명에 그쳤다. 최근 5년 간 정기 인사에서 삼성전기 임원 승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 업체간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부품 업체에 대한 마진 인하 압박도 더 거셀 수 밖에 없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라는 온실에 더 이상 안주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 년간 삼성전자가 빛나는 성장을 구가하면서 삼성전기의 캡티브 올인 전략도 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 해외 신규 거래선 확보와 '비(非) IT 사업' 확장 등 탈삼성 카드를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꺼내 들어야 할 때다.
삼성전기 실적을 물을 때면 "삼성전자가 나쁘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대답의 결과는 수장 교체와 경영 진단, 문책성 인사였다. 탈삼성으로 대변되는 삼성전기의 도전정신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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