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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PC선 집중의 그늘 [Company Watch]저가수주 여파 영업손실 1조원 대…PC선 비중 낮춘 새 영업전략 필요

강철 기자공개 2014-12-19 08:09:27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6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에서 원유제품운반선을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은 현대미포조선이다. 원유제품운반선을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 찍어내듯 생산한다. 그들은 국내 조선 빅3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오래 전부터 원유제품운반선을 특화했다. 현대미포조선이 지금까지 살아 남은 비결이다"

얼마 전 자리를 함께 한 조선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현대미포조선이 올해 3분기까지 1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유례 없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이끌었던 원유제품운반선(PC선)에 대한 특화가 이제는 독으로 돌아오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수주 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평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PC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선박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영업손실 1조 넘을 듯…PC선 저가 수주 집중 이뤄져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3분기 연결 누적으로 매출액 2조 8081억 원, 영업손실 9377억 원, 순손실 6984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전체 영업손실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조선 조선소로 전환한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2012년과 2013년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저가 수주가 발목을 잡았다. 현대미포조선의 신규 수주는 2011년 20억 달러, 2012년 30억 달러, 지난해 59억 달러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1년을 기점으로 크게 저하됐다. 밑지고 수주하는 물량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저가 수주는 주로 PC선에서 이뤄졌다. PC선은 특화 전략의 핵심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2008년 척당 4700만 달러 수준이던 PC선의 가격은 2012년~2013년 3400만 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PC선의 신규 수주량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중국을 필두로 한 해외 조선사들이 PC선을 비롯한 중소형 선박을 대거 양산하면서 저가 수주 구도가 고착됐다. 대형 고부가가치 선박과 달리 중소형 선박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졌고, 이로 인해 수주 경쟁이 심해지면서 소위 '가격 후려치기'가 빈번하게 발생한 탓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술 장벽을 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를 감안한 듯 현대미포조선은 2012년부터 친환경 선박인 '에코십(Eco-ship)'의 수주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15만~16만 평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도크와 중소형 선박에 치중된 영업망은 포트폴리오 재편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이 PC선을 중심으로 하는 니치마켓 전략을 고수해왔으나 중국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이 전략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다"며 "인건비가 원체 높다보니 중국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이로 인해 수주 경쟁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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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3사 영업조직 통합의 핵심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했다. 울산에 있던 현대미포조선 선박영업부와 기본설계부가 서울 계동 사옥으로 이전해 본부 영업팀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영업조직 통합의 핵심을 현대미포조선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별도로 뒀던 현대미포조선 영업 부문을 그룹 관리 하에 둠으로써 PC선에 집중된 영업망을 다변화하고, 에코십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 비중을 점차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PC선 수주를 베트남법인(HYUNDAI-VINASHIN)에 모두 맡기고 현대미포조선은 신수종 선박 영업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사업구조가 재편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법인은 선박 수리, 벌크선 제조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해왔으나 지난해부터 PC선도 제조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삼호중공업과 달리 특정 선박에만 영업을 집중해왔다는 측면에서 영업조직의 통합은 그룹 차원에서 현대미포조선의 영업 전략을 새롭게 짜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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