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12월 23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안이 보유 중이던 휴스틸 지분 일부를 박순석 그룹 회장 딸들에게 매각했다. 82년생에서부터 갓 스무살이 넘은 자녀까지 나서 수십억 원대 지분을 사들였다. 지배구조상 유의미한 지분 매입은 아니어서 주목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안은 전날 보유하고 있던 휴스틸 주식 41만5116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해당 주식을 사들인 이는 박지현·현선·현정 씨로 각각 13만8372주를 동등하게 가져갔다.

이에 따라 ㈜신안이 보유한 휴스틸 지분율은 기존 12%에서 4.52%까지 줄었다. 대신 이들 세 명이 각각 2%씩 지분을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신안그룹에 따르면 박지현·현선·현정 씨는 박 회장의 딸들이다. 이중 나이는 박지현 씨가 82년생(만 32세)으로 가장 많고, 현선·현정 씨는 92·94년 생으로 각각 22·20세 두 살 터울이다. 신안그룹 관계자는 "(회장이) 늦은 나이에 얻은 자녀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매입한 휴스틸 주식은 상당하다. 22일 종가 기준 휴스틸의 주당 단가는 1만8550원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세 자녀의 지분 매입가는 인당 약 26억 원에 달한다.

할인율(최대 10%)을 적용했을 수 있기 때문에 금액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다. 다만 내부자 매매여서 오히려 할인율을 크게 적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 그 차이는 크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신안그룹은 ㈜신안의 휴스틸 지분 매각이 재무구조 개선과 운용자금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신안은 손실을 지속해왔던 것으로 나타나 당장 운용자금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 ㈜신안은 39억 원대 영업손실과 183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0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4년 연속 이어진 적자다.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가면서 운용자금을 스스로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됐다.

수익성 침체 장기화는 재무여력 역시 급격하게 악화시켰다. 단순 부채비율만 보더라도 2010년 말 50.7%대에서 지난해 말 기준 237.1%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부족한 자금을 외부 차입을 통해 마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불과 77억 원에 그쳤다는 점을 놓고 보면 재무개선만을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지분을 매각한 곳이 다른데도 아닌 오너 일가 자제들인데다, 스스로 이 정도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어린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당장 지배구조를 엮어 무언가 말하기도 어려운 지분 이동이다. 휴스틸의 최대주주 자리는 지분 27.72%를 보유한 박순석 회장이 확고히 하고 있다. 뒤를 이어 또 다른 자제들인 박훈 휴스틸 부사장(3.13%), 박상훈 전 부사장(2.84%), 박지숙 씨(2.84%)가 지분을 고르게 보유 중이다.

여기에 박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신안이 휴스틸 지분 12%를 갖고 있었다. 더불어 박 회장과 ㈜신안이 각각 47%, 41% 지분을 확보한 그린씨앤에프대부도 휴스틸 지분을 4.52% 확보하고 있다.

결국 이번 지분 이동은 ㈜신안을 통해 지배하던 휴스틸 연결고리를 자녀들에게 분산시킨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서둘러 그룹 계열 지분 나눠주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 자녀들이 지분 매입 자금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마련했냐는 점이다. 어린 나이인데다 특별히 그룹의 경영권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다. 사실상 박 회장의 자금을 받아 지분을 매입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증여'로 봐야 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간다. 특히 ㈜신안이 박순석 회장 100% 지분 보유 회사인만큼 이번 지분 이동에 그의 결정권한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증여로 보게 되면 세무당국에 내야 하는 세액이 단순 주식 매입과 전혀 달라진다. 세무당국에서는 30억 원을 초과하는 상장사 주식을 증여할 경우 초과금액 절반(50%)을 세금으로 책정한다. 하지만 법인을 통해 지분을 넘겨준 것이기 때문에 최대 22%의 법인세율밖에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휴스틸의 이번 지분 이동은 증여세 및 우회지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재차 살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신안그룹 측은 각기 다른 얘기만을 꺼내고 있다. 휴스틸 인사팀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을 "박 회장이 자녀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신안그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산 것으로만 들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