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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기업-한진칼' 합병 가능성 엇갈린 전망 지분율 확보에만 몰두 비판에 포기 관측 늘어..법 위반 해소 위해 불가피 예상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4-12-29 06:50: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24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사항을 해소해가는 가운데 정석기업과 한진칼의 합병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지배지분율 강화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합병에 나서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늘고 있는 반면 증손회사 지분 100% 의무보유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두 회사의 합병 여부는 여러 행위제한 위반 사항을 한꺼번에 해소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약 2년전부터 시장과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사항이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관련 지주회사 전문가들 상당수가 "정석기업과 한진칼의 합병이 앞으로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지배지분율 높이기에만 몰두" 비판에 합병 포기 관측

정석기업과 한진칼이 합병을 하게 되면 지주회사(한진칼) 지배지분율이 취약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분율을 비교적 큰 폭 늘릴 수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15.49%와 정석기업 지분 27.21%를 갖고 있다. 두 회사의 순자산가액을 보면 한진칼이 정석기업의 대략 두 배다. 따라서 합병을 하면 조 회장은 단독으로 합병지주회사 지분 약 2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배지분율은 재단 및 계열사 보유 지분을 포함해 27% 가량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조 회장 일가는 대한항공 기업 분할 이후 대한항공 주가가 지지부진한 탓에 원하는 만큼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석기업과 합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양사의 합병이 매우 어렵게 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많은데 이런 때 오너가 지배지분율 강화에만 매달린다는 안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얼마전 있었던 ㈜한진의 한진칼 지분 블록딜 처분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양사 합병없이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시그널"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초기부터 양사 합병을 고려사항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었다. 정석기업과 한진칼 합병안 여러 어려운 고리를 한꺼번에 푸는 '만능 키'와 같았다. 순환출자는 그 뒤에 해소해도 늦지 않다. 그러나 뜻밖에도 조현아 사태가 터졌고 조 회장은 양사 합병에 대해 더이상 고민을하지 않게 됐다. 일단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고 지배지분율 늘리기는 그 이후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합병은 오너에게 유리한 기회를 줄 때가 많아 오너들이 선호하지만 시장에서는 돈을 적게 쓰고 지배지분율을 높인다는 비난이 있다"며 "요즘과 같은 시기에 조 회장은 조금이라도 비난 여지가 있는 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해소 위해 합병 불가피 예상도

그렇지만 합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증손회사 지분 100% 의무보유 규제를 위반하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에 결국 합병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100%를 무조건 보유해야 한다. 지주회사 전환 시점(2013년 8월)부터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그 기한은 내년 7월까지다.

한진그룹은 현재 미진했던 지주회사 체제를 속속 갖추어 가고 있다. 지주회사 한진칼을 정점으로 정석기업, 진에어, 대한항공, KAL호텔네트워크 등의 자회사를 뒀다. ㈜한진 등은 손자회사다. 그리고 ㈜한진의 자회사인 에어코리아 등을 증손회사로 갖고 있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보면 ㈜한진은 최대주주이면서도 100%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한 증손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증손회사가 터미널 또는 항만 관련 법인이 많다는 점이다. 이들 법인은 정해진 약정에 따라 투자하는 공동투자 형태가 많아 지분율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 지주회사 전문가는 "정석기업과 한진칼이 합병을 하면 ㈜한진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고 기존 증손회사는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지배구조상 위치가 한 계단씩 올라가게 된다"며 "합병을 통해 증손회사 100% 의무보유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의 출자회사를 한진칼이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내년 7월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 제한 위반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합병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두고 계속해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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