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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종갑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이승호 차장 (벤처투자팀장)공개 2015-01-26 11:23:48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3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미국 스타트업 기업으로 흘러간 자금이 '벤처붐' '닷컴열풍'으로 불렸던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벤처캐피탈협회(NVCA)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 업계가 스타트업 기업에 48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IT 창업열풍이 불었던 2000년 1050억 달러 이후 가장 많다.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던 유사 콜택시업체 '우버'를 중심으로 5억 달러 이상 돈을 끌어 모았던 미국의 스타트업은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국내 벤처시장에도 좋은 소식이 있다. 국내 벤처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개를 돌파했다. 3만번째 벤처확인서를 받은 곳은 모바일 마케팅기업 모비데이즈다.

벤처기업 수는 창업 열풍이 불었던 2001년 처음으로 1만개를 넘어섰다. 2010년 2만개를 돌파했고, 다시 5년 만에 3만개 고지를 달성했다.

벤처기업은 매출·고용 등 각 분야에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13년 벤처기업의 총 매출액은 198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3.9%를 차지했다. 평균 매출액(68억4000만원)은 중소기업 평균(28억4000만원)의 2.4배, 평균 고용인원(24.7명)도 중소기업(3.9명)보다 6배 이상 높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벤처기업들을 집중 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정부와 벤처캐피탈 업계의 가교 역할을 했던 벤처캐피탈 업계의 수장 이종갑 회장(한국벤처캐피탈협회)이 임기를 조기에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종갑 회장은 정부 주요부처의 보직을 두루 거쳤다. 1978년 국무총리실 사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몸담았던 그는 81년 경제기획원 투자심사국·경제기획국,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과장 맡았다. 당시 중소기업의 생리를 익히고 고충도 귀에 담았다. 재정경제원 경협총괄과와 조달청,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을 거쳐 산업과 경제, 금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방대한 부처를 아우르는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2008년 두산그룹의 창업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며 벤처캐피탈업계에 투신한 이종갑 회장은 2011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에 취임하며 벤처 전도사로 나섰다. 오랫동안 공직에 몸 담았던 그는 정부와 벤처캐피탈업계의 가교 역할을 할 적임자였고, 그 기대에 부흥했다. 정부 관료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민간기업 경영진(두산 삼화왕관 CEO)으로 쌓은 이력을 십분 활용, 정책과 벤처캐피탈업계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업계의 오랜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골프장 근처를 전전하는 속편한 협회장이 아니었다. 직을 유지하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20여년 후배인 젊은 공직자와 마주 앉아 어떻게 하면 벤처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최근 '창조경제'가 강조되면서 벤처금융산업에 대한 중소기업청과 금융당국의 관할 경계가 모호해 지면서 이를 중재하고 가교역할을 할 적임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2의 이종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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