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종합상사 분할, 현대重 현금확보 수순? 현대C&F 지분 거래 가능성 커…900억 안팎 유동성 지원
강철 기자공개 2015-06-01 08:51: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9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종합상사가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을 분할해 현대C&F를 설립한다. 현대종합상사의 현재 지분율에 맞춰 현대C&F의 신주가 배정되는 인적분할 방식이다. 분할이 완료되면 현대종합상사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은 현대C&F 지분 22.3%도 확보한다.업계 일부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C&F 지분을 현대종합상사나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에게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할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가 아닌 현대중공업의 유동성 강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분할 실효성 의문…그룹 차원의 실질적 목적 있을 듯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의 인적분할 및 신규법인인 현대C&F의 설립을 결의했다. 주주확정(6월), 분할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8월) 등을 거쳐 오는 10월 1일자로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신설법인인 현대C&F는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존속법인인 현대종합상사는 기존 사업인 무역(트레이딩) 부문과 자원개발 부문에 집중한다. 현대종합상사 지분 22.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현대C&F 지분 22.3%도 확보하며 양사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현대종합상사는 사업 부문별 독자적 경영 체제 구축을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와 신성장동력의 발굴을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랜드·산업유통이 전통적으로 영위해 온 트레이딩 및 자원개발과 연관성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브랜드 부문은 주로 상표권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유 중인 대표적인 상표권으로 녹색 삼각형과 노란색 삼각형이 겹쳐져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로고를 들 수 있다. 산업유통 부문은 육류제품의 수입 및 국내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모두 신규 수익 확보를 위해 발굴한 사업 모델로 기존의 상사 업무와 성격이 크게 다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이 독자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할 만한 사업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수익은 단순 상표권 임대에서 나고 있는 사업을 굳이 법인으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종합상사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부문이) 그룹 로고 사용 권한을 임대해 로열티를 받는 것에서 대부분의 수익이 나고 있고, 근래 들어 OEM을 통해 전자 관련 상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는 있으나 수익은 거의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설비나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을 별도 법인화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군을 떼내면서 스스로 수익성을 저하시킨 셈"이라며 "경영 효율성 증대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그룹 차원에서의 다른 실질적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현대重 유동성 확보 목적…지배구조 안정화도 가능
업계는 현대중공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번 분할을 결정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C&F 지분을 현대종합상사나 정몽혁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각종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유동성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초 직원 1500명 가량을 감축했고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각각 보유 중이던 포스코, KCC 주식을 매각해 7000억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밖에도 여러 자산 유동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의 분할 역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종합상사가 지난 3월부터 내부적으로 테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극비로 분할을 추진했다"며 "현대중공업이 자산 유동화 방안을 한창 모색하는 시점에 분할 검토가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갖게 될 현대C&F 주식 203만 4881주(22.3%)를 모두 매각할 경우 약 800억~9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종합상사의 최근 주가인 4만 원을 적용한 금액이다. 주가가 지난달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는 현대종합상사와 정몽혁 회장이 거론된다. 그룹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회사를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분할 이후 현대종합상사의 현금성자산은 약 1180억 원으로 지분 인수 여력도 충분하다.
현대종합상사로의 지분 매각은 지배구조 안정화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더해준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22.3%) → 현대종합상사(22.3%) → 현대C&F'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현대C&F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사업적인 시너지를 모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중공업이) 현대종합상사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유동성을 증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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