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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반대 현실화 美 헤지펀드 엘리엇, 삼성물산 지분 취득 후 반기… SK소버린 사태 재연 우려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04 15:51: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4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첫 등장했다. 합병 계획 발표 후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과 함께 제기된 삼성물산 외국인 주주의 반대 가능성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과거 SK그룹이 겪은 소버린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인 엘리엇 어쏘시어츠(Elliott Associates, L.P.)는 이날 장내매수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중이며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 어쏘시어츠는 이날 공시와 함께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 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며 합병 반대의사를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이 발표된 후 외국계 증권사나 투자기관 등에서 삼성물산 저평가를 이유로 합병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적은 있으나 실제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엘리엇 어쏘시어츠가 처음이다. 문제는 엘리엇과 비슷한 입장을 가진 외국인 주주의 추가 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계획 승인을 위해 개최되는 주주총회의 주주확정기준일은 오는 11일이다. 따라서 현재 삼성물산 주주가 아니더라도 오는 9일까지만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면 해당 투자자는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 뒤 합병 주총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엘리엇 어쏘시어츠가 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헤지펀드로서 단기 차익을 노린 행동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엘리엇 어쏘시어츠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가격이 6만 3500원에 이르고 과거 삼성물산과 관련해 전혀 시장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합병안 발표 후 급하게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엘리엇 어쏘시어츠가 과거 SK그룹과 대립했던 소버린처럼 경영권 분쟁 양상을 유도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시장에서 이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낮아 지분경쟁을 통한 경영권 분쟁 유발이 비교적 수월한 데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아 시세차익을 노리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SDI 등 삼성그룹이 확보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4.06%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를 포함하더라도 지분율이 20.1%에 그친다. 이번 합병 주총에서 승인 결정을 받으려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생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배력이 턱없이 낮은 셈이다.

반면 낮은 지배력에 비해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도는 매우 높다.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 등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3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10조 원 수준에 그치지만 삼성전자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의 시장가치는 13조 원에 육박한다.

시장의 관심은 엘리엇 어쏘시어츠의 등장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차질이 발생할지 여부다. 당장 삼성물산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특별결의를 필요로 하는 이번 주총에서 합병안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재추진하는 데에는 적지않은 시간과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모두 상장사라 이번 합병안에 반영된 합병비율을 다시 만들어내긴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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