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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사업 떼낸 현대종합상사, 먹거리 있나 연간 영업이익 120억 감소…예멘 LNG 배당수익 불투명

강철 기자공개 2015-06-08 08:24: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5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종합상사가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의 분할을 결정하면서 향후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예멘 LNG 가스전의 가동 중단으로 배당수익의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는 브랜드·산업유통마저 떼내면서 사실상 수익원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종합상사는 무역·자원개발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한편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철강, 화학 등 주력 트레이딩 상품의 마진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증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분할로 연간 영업이익 120억 감소…예멘 LNG 배당수익 불투명

현대종합상사는 최근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법인인 현대C&F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주주확정, 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0월 1일자로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다. 인적분할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현대C&F 지분 22.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상표권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브랜드 부문과 육류제품의 수입 및 판매가 주력인 산업유통 부문은 현대종합상사의 알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산업유통 부문은 지난해 1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분할이 완료되면 현대종합상사는 연간 12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을 잃는다. 이에 따라 300억 원 안팎인 연간 영업이익도 200억 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을 내는 사업은 차량·건설장비, 철강 트레이딩 정도만 남게 된다.

예멘 LNG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이 수익성 저하를 어느 정도 만회할 거란 분석 하에 분할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종합상사는 지난해 예멘 프로젝트 관련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고, 그 결과 분기별로 수령하는 100억 원 안팎의 배당금이 모두 순이익으로 잡히고 있다.

그러나 예멘 가스전은 아랍 동맹군과 예멘 반군의 교전으로 인해 지난 4월 생산이 중단됐고, 현재까지 가동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서 현대종합상사가 배당수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탱크에 저장돼 있는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생산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배당금 수령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종합상사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멘 LNG 가스전의 가동 중단으로 배당수익의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는 브랜드·산업유통마저 떼내면서 사실상 수익원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종합상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분할과 예멘 LNG 가동 중단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현대C&F로 이동하는 것을 희망할 거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종합상사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부를 떼낸 데 따른 유동성 악화도 우려된다"며 "예멘 가스전이 현재 일시적인 요인으로 가동이 중단됐으나 향후 20년간 배당수익이 나는 프로젝트인 만큼 분할 이후에도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수익성 극대화…공급과잉 해소돼야

현대종합상사는 분할 발표 직후 무역·자원개발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한편 전문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철강, 화학, 차량·건설장비, 자원개발 등 사업부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 이후에도 수익성 증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의 심화로 현대종합상사가 취급하는 주요 트레이딩 상품의 마진이 더욱 낮아질 거란 관측이다. 자원개발의 경우 사실상 사업 축소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연간 1조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화학 트레이딩 부문은 사실상 마진이 전혀 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가 하락으로 판매단가가 매입단가보다 낮아진 데 따른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흑자를 내는 차량·건설장비, 철강 부문도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중국에서 각종 철강재와 건설장비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있고, 이에 타격을 입은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등 주요 거래처들이 마진을 낮추고 있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에 따른 마진의 감소는 현대종합상사 뿐만 아니라 국내 상사업계가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해도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트레이딩 사업에서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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