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런던 증시 DR 상장폐지한다 "재상장 실익 없어"… "해외 투자자 마찰 최소화 의도" 분석도
정호창 기자공개 2015-06-12 15:44:46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ondon Stock Exchange)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를 자진 상장폐지한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현재 상장된 DR의 소멸 사유가 발생하는데다, '통합 삼성물산' DR의 재상장 결정이 내려질 경우 신규 상장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 등이 예상돼 내린 결정이다.시장 일각에서는 해외 증시 DR을 계속 유지할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및 향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번 '엘리엇 사태'와 같은 마찰이나 불협화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 역시 고려된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11일 제출한 합병 수정신고서를 통해 "삼성물산은 국내 합병절차 및 일정에 맞추어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의 자발적 상장폐지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장폐지 예정일 20 영업일 전에 RIS(Regulatory Information service)에 상장폐지의사를 통지 하고, 상장폐지가 발효되기 최소 24시간 전에 상장폐지를 요청하는 서면통지를 런던증권거래소 감독기관인 FCA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또 "상장폐지 직후에는 해외주식예탁증서(Global Depositary Receipts, GDR) 프로그램도 해지할 계획"이라며 "예탁기관인 미국씨티은행은 프로그램 해지의 효력발생일 30일 전에 GDR투자자들에게 프로그램 해지 사실을 통지하고, 해지 효력발생일부터 일정 기간(기간은 미국씨티은행과 협의 중)까지 GDR을 반납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삼성물산 발행 원주를 교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당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따라 영국 증시 DR이 자연 소멸됨에 따라 런던증권거래소가 기존 DR의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또는 합병법인의 신규 상장을 결정하고 나면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바꿔 런던증권거래소 및 FCA의 결정과 무관하게 DR 상장폐지와 GDR 프로그램 해지를 자진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런던증권거래소와 FCA가 상장폐지가 아닌 합병법인 DR의 재상장을 결정할 경우 복잡한 신규 상장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합병법인 입장에서 실익이 적다 판단해 자진 상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결정에 실익 여부 외에 다른 의도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외 증시 상장을 유지할 경우 이번 합병안은 물론 향후 합병법인을 중심으로 추진될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DR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 일부가 이번 '엘리엇 사태'처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이를 예방하려는 조치 아니냐는 시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장된 DR을 상장폐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GDR 프로그램 자체를 해지하겠다는 것으로 볼 때 국내 이외 지역에서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해외 투자자와의 접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최근 엘리엇과 분쟁을 겪고 있는 점이 이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며 국내 법원에 '합병 승인에 대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갈등 양상이 불거지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엘리엇을 위시한 해외 투자자 일부가 삼성물산 DR이 상장된 영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시장의 이 같은 전망이 삼성그룹의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런던증시에 상장된 DR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합병절차를 거치고 나면 그 수가 더욱 줄어들게 돼 회사 차원에서 실익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을 뿐 해외 투자자와의 소송이나 마찰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삼성그룹이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런던증시 DR 투자자 일부가 상장폐지에 반발해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는 경우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GDR 프로그램을 해지하게 되면 삼성물산 주식을 원주로 교부받는 GDR투자자들은 사전에 국내 금융당국에 외국인투자자등록을 해야 하고, 원주로 교환하지 않을 경우 일정기간 경과 후 GDR 프로그램이 일괄 해지돼 삼성물산 원주 매각대금을 받게 된다"며 "국내 증시 입성을 원치 않고 삼성물산 DR을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해 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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