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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C동양, 무리한 사업확장 화불렀다 TCC벤드코리아 법정관리 신청

강철 기자공개 2015-06-16 08:35: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2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CC동양의 관이음쇠(피팅) 자회사인 TCC벤드코리아가 실적 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TCC벤드코리아에 1185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는 TCC동양은 보증채무 이행 요구에 대비해 채권금융기관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플랜트, 조선 등 전방산업의 경기 침체로 국내 관이음쇠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당초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 했던 전략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업황과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결과다.

◇ 법정관리·자율협악…자회사 부실 모회사로 전이

TCC벤드코리아는 지난 11일 창원지방법원에 회생철자(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서면 심사를 통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TCC벤드코리아의 최대주주(지분 90%)인 TCC동양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TCC벤드코리아의 채권자들이 일시적으로 보증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데 따른 유동성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다.

TCC동양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TCC벤드코리아에 총 1185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이 TCC벤드코리아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에 대한 보증이다. TCC동양은 산업은행과 부채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TCC벤드코리아의 법정관리 신청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2012년 TCC동양에 인수된 이후 3년 간 385억 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던 터였다. 모회사인 TCC동양의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진작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TCC동양은 TCC벤드코리아에 채무보증 외에도 2012년 105억 원, 2013년 400억 원, 2014년 400억 원 등 약 1000억 원을 직접 지원했다. 주력 사업군인 표면처리강판 제조에서 발생한 수익을 대부분 TCC벤드코리아에 투입했다.

하지만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TCC벤드코리아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갈수록 저하됐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총액은 1376억 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에서 창출하는 현금은 없는데 이자비용은 점점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재무상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면서 추가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이 거론됐다.

TCC동양은 최근까지 TCC벤드코리아에 대한 추가적인 자금 지원과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획기적인 턴어라운드가 어렵고, 중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추는 게 불가능하는 판단 하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 조선·플랜트 경기불황으로 국내시장 진입장벽 높아져

TCC동양은 표면처리강판에 집중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2012년 5월 다국적 관이음쇠 기업인 카나도일(Canadoil)로부터 TCC벤드코리아(옛 벤칸코리아)를 인수했다. 카나도일은 2009년 벤칸코리아를 설립하고 경남 사천시 외국인 투자지역에 관이음쇠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자금난으로 사실상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고, 결국 TCC동양에 경영권을 넘겼다.

TCC동양은 관이음쇠 사업부를 만들어 설비 투자를 지속했고, 2013년 초 연간 200만 톤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사천공장을 완공했다. 공장 가동에 맞춰 2013년 매출액 2000억 원, 2015년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봉락 회장은 TCC동양과 TCC벤드코리아를 축으로 연간 매출액을 1조 원까지 늘리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관이음쇠 시장이 성광벤드와 태광의 과점 체제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만큼 TCC벤드코리아가 시장에서 안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성광벤드와 태광은 30년 넘게 업력을 쌓아온 업체로 양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일본 벤칸재팬의 기술을 도입한 TCC벤드코리아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LNG선, 드릴쉽, FPSO를 비롯한 고급 선박과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영업망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조선, 플랜트 경기 불황이 침체되면서 관이음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 결과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고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고착됐다. TCC벤드코리아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불황은 국내 시장의 진입장벽을 더 높게 만들었다. 성광벤드와 태광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95%까지 높아졌다. TCC벤드코리아가 공략하려 했던 틈새시장의 규모도 크게 축소됐고, 이로 인해 매출이 늘어날 수록 수익은 저하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증설을 통해 생산 기반을 구축해 놓은 상황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하다보니 밑지고 파는 물량의 비중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업황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 다각화를 단행한 것이 위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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