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뭇한 미소지은 채권단 vs 웃음기 사라진 박삼구 회계법인 산출 매각 기본 가격 예상 크게 초과
문병선 기자공개 2015-07-17 08:24:04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6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단은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다.지난 15일 열린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 회의.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회의에 참석한 5곳의 금융회사(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대우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적힌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매각 기본 가격은 주당 3만1000원대, 총 매각 기본 가격은 5300억원대였다. 질문이 이어졌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된 가격이 맞는가". KDB산업은행 실무 담당자는 "제외된 가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회의는 일사천리였다. 더 늦출 게 없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6000억원이 넘을까 싶던 금호산업 매각 적정 기본 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고도 5300억원을 넘었으니 조심스럽게 채권회수율을 곱씹어보던 채권은행들은 "가능한 빨리 매각하자"고 중지를 모았다. 총 매각 가격이 6000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이것저것 따져보면 그리 손해보는 거래는 아니라고 애써 위안을 하고 있던 터였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하루 전만 해도 총 매각 가격이 6000억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금호산업 주가는 1만6000원대였고 전체 시가총액은 5400억원대에 불과했었다"고 했다. 그는 "실사 결과대로 주당 3만1000원이면 총 시가총액은 1조원이 넘고 매각지분(50%+1주) 기본 가격은 프리미엄을 빼고 50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사실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들이 내심 환호하는 사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정반대로 바빠졌다. 이날 오후 7시가 넘어 한 관계자는 "채권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바는 없지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주당 3만1000원에는 금일 종가가 1만9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례적인 언급이다. 너무 비싸다는 뜻이기도 하고 시가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팔리는 기업 입장이지만 사려는 측이 현재 경영권을 위탁받아 행사하고 있는 박 회장이라는 점에서 금호산업 매각과 관련해 그동안 언급을 자제해 왔다.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하는 채권단과 낮은 가격에 사려 하는 박 회장 사이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기도 했고 자칫 매각 방해 행위로 비춰질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언급하며 간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그만큼 지금 상황이 절박하고 주가와 매각 가격간 괴리가 지나치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말해준다.
분위기만 보면 박삼구 회장의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졌을 것이 자명하다.
이에 대해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인수 준비를 하는 박 회장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애써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행보이겠지만 그만큼 박 회장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경우에 따라 양측이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운영위원회 회의를 몇차례 더 개최하고 매각 기본 가격(약 5300억원)에 얹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정한 뒤 박삼구 회장과 매각 협상에 돌입한다.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는 박삼구 회장측은 시장에서 1만6000원대로 거래되던 금호산업 1주를 사는데 '3만1000원+a(경영권 프리미엄)'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다.
양측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은 제3자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도출한 가격 자체에는 여러 의문점이 있지만 결국 양측이 타협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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