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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차라리 하와이에 땅을 샀더라면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5-07-20 08:13:56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1년 11월말 금호산업 채권은행 한 간부는 다른 채권은행 간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요지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러다 하와이에 땅이라도 산다고 나가버리면 어떡하느냐"는 것이었다.

채권은행의 고민은 비교적 심각했다. 박 회장의 4000억원대에 달하는 금호석유화학 매각 자금을 붙들어 두려면 뭔가 당근을 줘야 하는데 그게 다른 채권은행의 반발로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 채권은행간 합의가 원만히 끝나고 박 회장의 자금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유상증자를 통해 잡아 둘 수 있었지만 이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다행, 박 회장 입장에서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박 회장은 4년이 지난 요즘 금호산업 인수전에 임하면서 커다란 압박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예전에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고 나서 그 자금을 다른 데 쏟아부었다면, 예컨대 금호산업 채권단이 그에게 아시아나항공 만을 따로 떼어 내 인수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수락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 하와이에 땅만 샀더라도 지금보다 자금 사정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 마저도 해 볼 수 있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및 금호아시아나그룹 12개 계열사의 인수 대가로 박 회장에게 요구하고 있는 가격은 대략 7000억원 안팎이다. 예전 금호타이어 및 금호산업 유상증자 대금으로 지불했던 자금까지 더하면 박 회장의 그룹 경영권 탈환에 들어가는 자금은 1조원이 넘는다. 그에게 남아있는 자금은 현재 없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조성해 7000억원을 빌려 산다고 가정할 경우 연3%의 이자율로 따지면 연간 21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의 실적과 현금흐름을 보면 연간 210억원은 상당한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박 회장을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얼마 전 채권단이 의뢰한 금호산업 실사 결과가 나오자 주요 채권은행들은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내심 미소를 지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관계자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나같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며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거의 세배를 주고 사야 한다는 현실은 박 회장과 그의 측근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압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년 반의 기간동안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탈환을 위한 박 회장의 불같은 의지도 대단했지만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박 회장의 희망을 잡아두고 끊임없이 그를 활용해 온 채권단의 상황 전개도 은근히 전략적이었다. 최종 매각 협상을 앞두고 박 회장과 채권단의 마지막 두뇌싸움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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