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 '제2의 삼다수'를 찾아라 [제약사 신성장전략]MRO·백신사업 진출…B2B 노하우 부족, 제약사업 강화 의지 미지수
김선규 기자공개 2015-07-29 07:5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7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철학과 비전의 상징인 로고는 추구하는 방향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얼굴과 같다. 이런 이유로 변화를 꾀하려는 기업은 새로운 로고를 통해 변화의 의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애플의 경우 1997년 레인보우 로고가 흑백의 단조로운 색깔로 변경됐는데 이는 스티브 잡스가 귀환하면서 변화된 애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도 이른바 '신경영'이 시작된 1993년 별표국수 로고와 한자로 표기된 사명을 파란색 원형과 영문으로 교체했다.지난해 10월 광동제약은 새로운 CI(기업이미지)를 발표했다. 회사이름도 '광동제약'이 아닌 '광동'을 강조하며 로고의 문자를 영문(Kwangdong)으로 바꾸고 글자의 두께도 넓혔다. 이전 로고가 전통적인 제약업체의 이미지처럼 흑백이 대조되는 다소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빨간색에 변경된 곡선로고는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광동제약의 CI 변경은 본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지난 2월 코오롱그룹의 유통계열사인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하고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광동제약은 MRO사업을 생수사업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MRO사업은 대기업 진출이 제한돼 있고 시장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MRO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정부 및 공기업, 중소기업의 일감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2011년부터 76개 산하 공기업과 소속기관이 대기업 및 외국계 기업의 MRO구매대행 이용을 중단하고 국내 중소기업에게 MRO사업을 공급하도록 조정한 것이 향후 광동제약이 MRO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기존 사업기반인 B2C사업에서 벗어나 B2B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는 측면에서 사업 다각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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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000억 원대의 코리아이플랫폼 매출규모는 생수사업의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생수사업은 이르면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더 이상 삼다수 판매를 맡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MRO사업은 삼다수 실적을 메울 수 있는 카드로 평가된다.
정부가 대기업 MRO사업 진출을 제한해 코오롱 계열사였던 코리아이플랫폼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광동제약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진행한다면 정부규제 리스크는 사라져 이전의 매출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연구원은 "경기영향을 덜 받는 B2B사업이 광동제약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돼 사업안정성이 높아지고 부가적으로 생수사업 관련 잠재적 미래 변동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광동제약은 백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6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 8개 품목의 국내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약사업부문을 강화했다. 국내 백신시장은 녹십자, SK케미칼 등 일부 제약사가 장악하고 있지만, 소아청소년과 개원가, 산부인과·분만센터 등 틈새시장만 공략한다면 400억 원의 목표 매출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광동제약은 백신사업을 시작으로 제약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제약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건강음료사업의 매출 비중이 높아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GSK와 백신 판매 계약으로 건강음료사업과 균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 다각화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비전은 휴먼헬스케어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제약, 건강음료 등이 두루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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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산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과 본업인 제약사업을 이끌만한 신약개발이 없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MRO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 안팎으로 수익성이 낮고 백신사업도 GSK의 상품을 떼다 팔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지 않다. 외형은 커졌지만 막상 손에 쥐는 현금이 이전과 비교해 쪼그라질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코이아이플랫폼을 인수했지만 B2B유통사업 및 MRO사업에 대한 경영노하우 부족을 어떻게 메워 나갈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종종 이종산업에 진출해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십 년째 한우물만 파온 만큼 다른 산업에 대한 마이드와 경영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전했다.
또한 자체신약 개발이 전무한 상황에서 제약사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지만 그 수준은 미미하다. 지난해 R&D(연구개발)로 투입된 비용은 고작 59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약개발은 치매치료제 천연물 신약과 과민성 방광치료제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품 개발이 보류되거나 상용화가 언제 될지 모르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은 분명 변화를 요구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하지만 시장 포화 상태에 빠진 건강음료사업 외에 내놓을 만한 사업이 없다는 점은 분명한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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