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09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열에 강한 종이인 아라미드 페이퍼 개발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이 지난달 장래경영 설명회에서 꺼낸 말이다. 이 사장의 말이 나오자마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라미드는 코오롱, 효성과 같은 국내 굴지의 섬유회사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고기능성 섬유제품이다.
한솔제지가 추진 중인 아라미드 종이는 제지기술과 소재산업기술이 접목된 제품이다. 아라미드 섬유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전기절연 능력과 내구도가 뛰어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한솔제지는 이미 자체적인 연구개발(R&D) 팀을 구성했고, 외부기술 자문 등 연구협력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의 발언이 눈길을 끄는 건 제지업계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난 1960년대부터 국내 산업성장의 역사를 함께 한 제지산업은 이미 성숙기를 지난 상태다. 예전처럼 가파른 성장세는 고사하고 IT기기의 발달로 기존 수요도 위협받는 형국이다.
제지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내다보고 서둘러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대부분 종이사업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이종(異種) 사업으로 진출했다. 새로운 사업으로 수익을 거두리란 부푼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노하우가 부족한 탓에 많은 곳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솔제지는 기존 사업인 종이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아라미드 페이퍼와 더불어 잉크젯 열전사지,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하는 패키징 후가공 특수지 등 하이테크 종이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R&D 뿐만아니라 인수합병(M&A), 합작투자(조인트벤처) 등도 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곁들였다.
올해는 한솔제지의 전신인 전주제지가 출범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한솔그룹의 맏이 역할을 하며 계열사들 뒷바라지에 매진했던 한솔제지는 올해부터 홀몸이 됐다. 제지업계에 드리운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한솔제지의 신성장전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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