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투명성·포용성, '유니콘 스타트업'의 힘" [2015 THE NEXT]에릭 베르메울렌 틸부르대학교 교수
정아람 기자공개 2015-09-18 18:12:13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15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세기 기업 경쟁의 양상은 '공룡과 유니콘의 싸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공룡이 화석이 됐듯 사라질 것이고, 새로 떠오르는 유니콘이 이들을 공격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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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특징은 기존 기업지배구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유니콘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수평적으로 공유하며, 투자자들과도 친밀하고 공개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규제 투성이인 자본시장에서 굳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프라이빗 IPO 등 다각화된 자금 조달 통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와 애플, 구글, 중국의 알리바바 등이 좋은 사례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21세기적 거버넌스의 요체는 '상상력'"이라고 요약했다. 20세기에는 개인들이 스스로를 기업 성장에 필요한 부속품으로 여기고 묵묵히 일했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에 걸맞는 기업을 만들고 성장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숙박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에 대해 "실제로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서도 네트워크를 통해 호스트들을 연결함으로서 숙박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 중 21세기형 유니콘에 가까운 형태의 기업으로는 옐로모바일과 다음카카오를 들었다. 베르메울렌 교수는 "이들 기업은 의사결정을 홈페이지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거나 34세의 CEO를 임명하는 등 과거 기업 거버넌스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수평적 지배구조, 열린 커뮤니케이션, 포용성 3가지 원칙을 통해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규제 투성이인 자본시장에 머물 필요 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표 전문>
자본시장에 엄격한 규율을 적용해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연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최근 유럽에서는 European Issuers, EVCA,유럽증권거래소연맹(FESE) 등 자본시장 연합체들이 "기존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성장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제발전 엔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즉 규제와 세제를 완화해 IPO시장에 대한 장벽을 완화하고 벤처캐피탈이나 PE로부터의 투자를 받는 것을 가로막는 어려움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자. 2014년부터 유럽의 기술기업의 IPO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코넥스 내지 코스닥에 해당하는 대안 상장 시장의 중소형주는 성장이 침체된 반면 스타트업들이 오히려 기존 시장 질서에 편입되는 쪽을 택했다. 대다수 테크기업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들은 신규 대안 시장은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고 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는 이유를 꼽았는데, 대안 시장 활성화가 되지 않는 건 한국이나 유럽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하지만 일단 상장되고 나면 여러 규제에 종속되는 건 불가피하다. 주주 보호를 위해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해야 하며 동시에 투자자 보호도 신경써야 해 성장기업에는 어려운 환경일 수밖에 없다. 성장기업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를 싫어한다. 또 스타트업에는 분기별 실적보다 장기적 안목이 중요한데 재무지표 건전성이나 투자자의 선호도를 위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요구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신규 투자로 이어지기 어렵다.
실제로 트위터의 경우 상장 이후 45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새 경영진이 기존 사고방식에 입각해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회사의 정체성이나 상품 자체보다 이익을 내는 데 집중한 결과다. 이런 자세는 트위터같은 기업과 매치되지 않는다. 트위터를 나온 직원들은 드롭박스나 유튜브 등 위계질서가 아니라 파트너십이 중요한 기업들로 떠났다.
앞으로의 기업 환경은 공룡과 유니콘의 싸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확히는 유니콘이 공룡을 공격하는 모습이 될 거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공룡이 화석이 됐듯 뒤쳐질 것이고, 새로 떠오르는 유니콘들의 공격을 받는 수순이다. 보통 유니콘은 비상장사 중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회사들을 말한다. 유니콘들은 점차 거대해져 시장 이탈자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옐로모바일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이들은 헤지펀드나 퍼블릭 마켓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히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기존 자본시장의 질서를 따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유니콘의 특징은 기존 기업 지배구조를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의 경우 엘런 머스크의 형을 포함해 가족과 친구들이 이사회에 있고 이사회와 경영진 간 독립성이 명확히 확보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과가 좋은 이유는 기존 질서에 신경쓰기보다 자동차업계, 산업 자체의 모습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구글도 알파벳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집단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기존 상장사가 준수하는 규범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이다. 실제 유니콘으로 일컬어질 만한 기업의 수는 미국의 경우 2014년 1월에서 2015년 9월 사이 29개에서 77개로 늘었으며, 아시아에서도 9개에서 28개사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의 요체는 '상상력'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구한 수브라마니안 (Guhan Subramanian) 교수는 이를 두고 "거버넌스 2.0이 필요하다. 기본으로 돌아가, 무엇이 진정 건전한 기업지배구조인지에 대한 고찰이 있어야 성장기업들을 일궈낼 수 있다"고 표현했다.
20세기식의 거버넌스는 21세기에는 맞지 않다. 과거 개인은 기업 성장을 위해 영화 '모던타임즈'의 톱니바퀴로 표상되는 조직의 부속품 같은 존재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가치를 고민하고 이에 맞는 기업을 만들어내고 성장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때문에 라이프사이클 등 의미가 부여된 기업가정신도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자본 측면에서도 보면 에어비앤비처럼 실제로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서도 네트워크를 통해 호스트들을 연결함으로서 숙박업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산업이 가능해졌다.
이를 위한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첫째 수평적인 지배구조다. 투자자, 사외이사같은 복잡한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 비전이 있는 사람에 의해 기업이 주도되는가가 중요하다. 설립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너로서가 아니라 매니지먼트를 통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테슬라가 대표적인데, 수평적인 구조로 인해 빠른 소통이 가능하고 가장 뛰어난 아이디어가 이기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연공서열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해법을 결정한다. 워렌 버핏도 비슷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 중 하나다.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포브스 리서치에 따르면 이런 수평적 위계구조와 권한을 위임할 줄 아는 리더를 가진 조직이 비즈니스 실적에서도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상장사 중에서는 다음카카오가 합병 뒤 34세의 CEO를 임명하는 등 파격적 행보로 이같은 사례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둘째 열린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순히 연례보고서를 내는 기존 방식으로는 실제 투자자 중 아무도 기업 의사결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프랑스의 푸드서비스 기업 소덱소(SODEXO)의 경우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삐에르 벨롱(Pierre Bellon)이 주기적으로 직접 작성한 편지를 투자자에게 발송한다. 현재 회사 내 지배구조,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 등을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편지에 상세히 설명하는 식이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쉽게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옐로모바일의 '옐로모바일 웨이' 도 회사의 경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얻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셋째 포용성이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서로를 감시하는 경찰이나 감독관처럼 행동하지 않고 서로의 의사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애플은 1997년 스티브 잡스가 복귀했을 당시 경영진을 다시 짰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이 아니라 컴퓨터 산업, 나아가 라이프 브랜드라는 아이덴티티에 집중하자는 가치관을 정립하고 래리 앨리슨(장래 오라클 설립자) 같은 인사들을 선임했다. 이사회도 이같은 결정을 포용함으로서 점차 기업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구축해갔다.
규제당국 역시 기업지배구조에 천착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창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 이런 과도기는 시작됐다. G20 국가들도 한 자리에 모여 지배구조 관련 리서치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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