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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후순위채' 증권사 유동화수요 덕 볼까 증권사 차익거래수요 4000억~5000억 전망…투자수요 제한적

임정수 기자공개 2015-10-16 10:12:01

이 기사는 2015년 10월 15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현대해상 후순위채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증권사가 보험사 후순위채의 주요 수요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향후 지급여력비율(RBC) 개선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해야 하는 보험사들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증권사 투자 수요가 희소식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후순위채 투자 수요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해상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 수요를 포함해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약 4000억~5000억 원 정도의 잠재 투자 수요가 존재할 것으로 점쳐진다. RBC 개선이 필요한 보험사는 하루라도 빨리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 현대해상 후순위채에 1000억 투자…차익거래용 유동화 수요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실시한 현대해상 후순위채 수요예측에는 3~4개 증권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증권사의 후순위채 투자 예정 물량은 약 1000억 원어치다. 전체 발행액(4000억 원)의 약 25% 수준을 증권사 투자 수요로 채운 셈이다.

주관사와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증권사들이 후순위채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대해상 후순위채 발행의 주관사와 인수단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동부증권, HMC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로 구성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후순위채를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의 형태로 유동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7년 또는 10년 만기 후순위채를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한 뒤, SPC로 유입되는 원리금을 기초로 ABCP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현대해상 7년물, 10년물 후순위채 발행 금리는 3%대 중반 수준이다. 고금리의 후순위채를 금리가 낮은 단기물 ABCP로 차환 발행할 경우 ABCP 발행 금리는 2%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1%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차익거래를 염두에 두고 후순위채 투자에 나섰다"면서 "향후 발행되는 보험사 후순위채에도 증권사의 차익거래용 유동화 수요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증권사 투자수요 4000억~5000억 전망

하지만 증권사 차익거래용 후순위채 투자 수요도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권사들이 고금리 후순위채로 차익 거래를 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이 크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아 무작정 투자를 늘릴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은 후순위채를 ABCP로 유동화하면서 보통 유동화 SPC에 매입약정을 제공한다. ABCP 차환 발행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 ABCP를 대신 매입하겠다는 약정이다. 시장금리가 현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경우 증권사들은 ABCP를 후순위채 만기까지 계속 차환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오를 경우 문제가 생긴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ABCP에 고금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차익거래를 더 이상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가 후순위채 발행금리를 넘어서기라도 하면 오히려 증권사들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보험사 후순위채로 차익거래를 할 경우 금리 변동 위험과 후순위채의 원금 상각 위험 등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후순위채 투자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 전체의 후순위채 투자 수요를 약 4000억~5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현대해상 후순위채 투자 수요 1000억 원을 제외하면 3000억~4000억 원 정도 남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RBC)을 끌어올릴 보험사가 아니라면 하루라도 먼저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이 투자 수요 확보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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