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돈 빌릴 일 '태산'인데 신용은 '뚝뚝 ' 글로벌 등급 하락, 국내 AA+도 반납 위기…조달 비용 상승 불가피
임정수 기자공개 2015-12-17 08:46:52
이 기사는 2015년 12월 16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AA+, 안정적)이 오너가(家) 형제의 난이라는 특급 이슈 속에서도 원화 회사채 시장에서 역대급의 조달을 이어갔다. 올해 지난해의 2배가 넘는 8300억 원어치의 공·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채와 외화사채(KP) 등 기존 차입금 만기 물량이 몰리면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난 것이다.회사채 발행 확대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1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성 차입금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국내외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자금 소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돈 쓸곳은 많은데 차입 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국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외화조달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실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국내 신용등급마저 AA+를 반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조달 늘리는 롯데쇼핑, 빅이슈어 빅5 편입…내년 차입금 만기 1조 육박
15일 더벨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총 8300억 원어치(공모 7200억 원, 사모 11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 40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일반 기업들 중에서는 현대제철(1조 600억 원), SK텔레콤(9000억 원), 이마트(9000억 원), SK㈜(8500억 원)에 이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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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대부분 만기 회사채 차환 자금이다. 올해 만기 도래하는 원화 회사채만 7500억 원에 달했다. 3월에 4000억 원, 8월에 3500억 원어치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다.
롯데쇼핑은 3월 초에 4000억 원, 6월 말에 32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회사채 만기에 대응했다. 12월에 만기 도래한 외화 변동금리채권(FRN) 1억 992만 달러도 11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해 막았다.
차환 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은 내년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거나 조기상환해야 할 해외채권(KP)과 주식연계사채(ELB)가 1조 원에 이른다.
당장 내년 1월에 3212억 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조기상환 청구(풋옵션 행사)에 대응해야 한다. 교환 대상 주식인 롯데하이마트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부분 주식으로 교환되지 않은 채로 풋옵션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4월에는 원화 기준으로 4800억 원 규모의 해외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국제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하락하면서 외화채권 금리 부담이 상승해 원화채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월에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남은116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만기에도 대응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부 ELB의 경우 같은 EB나 CB를 발행해 상환할 수도 있겠지만 주가 하락으로 같은 양의 주식으로 충분한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환 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실적악화·투자확대·순환출자 등 차입 확대 유인 많아
만기 채권 이외에도 차입을 늘려야 할 유인이 많은 상황이다.
우선 실적 저하로 현금흐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롯데쇼핑이 올해 1조 2000억 원 내외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14년 1조 6455억 원에 비해 4000억 원(약 25%) 가량 줄어든 수치다. 3분기 누적 기준 EBITDA는 4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7561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에 반해 실적을 회복할 만한 모멘텀은 부족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유통업 과잉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해외사업 손실 누적, 백화점 마트 등의 주요 매출 창출원 부문에서 국내 경쟁 기업의 영업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저하 속에 투자 확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국내 복합쇼핑몰과 해외 투자 등에 매년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자본지출(CAPEX) 규모가 내년에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강화에도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과 함께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놓여 있는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현재 롯데알미늄, 롯데푸드, 롯데산업, 대홍기획 등에 대한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가 직접 지배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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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도 저하·지배구조 분에 차입선 위축…조달비용 상승 불가피
자금 소요는 많은데 신용도 저하와 지배구조 분쟁 등으로 조달을 저해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국내에서 AA+ 등급의 최우량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되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총차입금은 4조 6000억 원 수준으로 크게 늘지 않았지만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주요 레버리지 비율이 악화됐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총차입금/EBITDA)은 지난해 말 2.6배에서 올해 3분기에 3.5배로 상승했다.
큰 폭의 실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신용등급도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4년 동안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2노치(Notch) 낮췄다. 무디스와 피치는 현재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aa2(안정적)와 BBB(안정적)로 평가하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해외 조달은 위축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해외에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해외채권(KP) 발행 등을 타진하다가 원하는 금리 수준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 국내 시장으로 선회했다.
지배구조 분쟁으로 일본계 자금조달 라인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최근 실시한 롯데그룹 계열사의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롯데 계열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미즈호은행 등 일본계 금융회사의 참여가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조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용도 저하로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차입선마저 다소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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