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의 '배신'...중위험중수익 '자금몰이' [공모펀드 결산/유형종합] ② 연금펀드 및 공모주펀드 인기도 '한몫'
박상희 기자공개 2015-12-31 09:21:51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8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혼합형펀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채혼형펀드로 연초 이후 최근까지 무려 7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다. 머니마켓펀드(MMF·10조 원 순유입)를 제외하면 국내와 해외펀드 모든 유형을 통틀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퇴직연금 및 연금저축펀드 시장 확대와 더불어 덩치를 키워 온 채혼형은 최근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주목 받으면서 연금형이 아닌 일반형까지 사세를 확장한 모습이다.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채권혼합형펀드로 대거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혼합형 공모펀드로는 모두 6조1947억 원(24일 기준)이 몰렸다. 주식혼합 및 자산배분, 기타혼합형에서는 각각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채권혼합형 홀로 6조7552억 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유입됐다. 지난해 유입된 자금(1조 9444억 원)의 3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펀드 개수 역시 지난해 91개에서 최근 791개로, 무려 700개가 증가했다. 대부분 연금 형태의 펀드가 크게 증가한 탓이지만, 채혼형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신규로 출시된 일반 채혼형펀드도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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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채권혼합형 가운데 퇴직연금펀드로 유입된 71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금형 스타일의 펀드를 제외하더라도 일반 채혼형펀드에 수 조원의 자금이 몰렸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가 'KB가치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이다. 2014년 3월 설정된 이 펀드의 운용 규모는 1조 4569억 원으로, 지난 2006년 설정된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의 운용규모인 1조 8300억과 맞먹는 규모를 자랑한다.
설정된 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국내 채권혼합형 가운데 두번째로 규모가 큰 펀드로 성장했다. 특히 올 한해 유입 규모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연초 이후 무려 1조 4593억 원이 유입됐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배당40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7180억 원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민은행의 한 PB는 "국내 증시가 몇 년 째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에 투자해서는 여간해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중위험중수익이 투자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리스크가 높은 주식형펀드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채권혼합형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렸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공모주와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구조로 설계되는 공모주펀드의 흥행도 채혼형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연초 이후 채혼형 가운데 공모주펀드로 분류되는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만 1조 2336억 원에 달했다. 1년 전 삼성SDS, 제일모직 등 대어급 상장이 이어지면서 올해 공모주시장에 불씨를 피웠고,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채혼형 공모주펀드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채권혼합형의 인기는 주식형펀드의 퇴색현상과 맞물려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내 주식형에서는 지난해 1조 6000억 원의 자금이 빠진 데 이어 올해는 6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이탈하며 자금유출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소형주펀드와 헬스케어펀드 등 특정 유형으로만 자금이 몰렸을뿐 일반주식형에서는 3조 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주식형펀드를 외면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풍선효과처럼 채권혼합형펀드 시장이 커졌다"면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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