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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에 '꽉' 막힌 회사채 수급, 내년엔 뚫릴까 고위험 업종, 신용도 하락 추세 지속…금리 등 변동성도 확대

배지원 기자공개 2015-12-30 15:46:32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9일 08시2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회사채 시장은 어느 때보다 지난(至難)한 시절을 보냈다. 상반기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수요로 A급 회사채 시장까지 훈풍이 부는 듯 했지만 하반기 대우조선해양과 BNK캐피탈 사태로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사태 이후 크레딧물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장은 얼어붙었다. 크레딧 이슈는 물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2016년에도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회복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선·건설업종의 신용도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미국 금리인상 여파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시점을 잡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 내년 만기 도래하는 채권 물량도 올해보다 적어 대기업의 발행 유인도 그만큼 줄었다.

◇잇따른 크레딧 이슈…회사채 스프레드 대폭 확대

상반기까지만 해도 회사채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AA-등급 3년물 회사채의 동일 만기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올해 초 약 34bp로 시작했다. 2월에는 기관들이 대규모 자금 집행에 나서 25bp까지 떨어졌다. 회사채 발행도 순조로웠다. 저금리 기조를 활용해 발행사들은 적극적인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있는 크레딧 채권의 매력에 빠졌다.

하지만 7월 말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손실을 인식한 후 회사채 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되기 시작했다. 5월만 해도 A+였던 대우조선해양의 등급이 몇 달 사이 뚝뚝 떨어지다가 BB+의 투기등급에 이르렀다. 회사채 전반에 걸쳐 크레딧 스프레드는 크게 벌어졌다. 잇따라 터진 BNK캐피탈 사태는 여전채 스프레드를 확대시키는 주범이었다.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A급 회사채부터 미매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8월부터 A급 회사채의 미매각률은 30~40%를 웃돌았다.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시장 분위기는 또 한 번 달라졌다. A급 채권의 불안이 AA급까지 번졌다. A급 기업은 발행 자체를 줄였고 AA급 발행사들이 회사채 시장에 다수 등장했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AA-급 기업들에서 미매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회사채 시장이 더욱 침체된 까닭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SK하이닉스(AA-,안정적)와 한화테크윈(AA-,안정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1조 380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7분기 연속 1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신용등급도 A+등급에서 AA-등급으로 한 노치(Notch) 올랐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는 미매각이 발생해 발행물량을 당초 2500억 원에서 1800억 원으로 줄였다.

한화테크윈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후 처음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1000억 원 목표물량에 250억 원의 기관 수요가 들어오는 데 그쳤다.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연합자산관리(AA0), 롯데렌탈(AA-) 등이 원활한 수요 모집에 실패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연말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AA-급 마저도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경계에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냉각되다보니 A급 회사들은 만기채를 현금으로 상환하는 추세를 보였고 AA-급 기업까지 저조한 수요에 원하는 자금을 유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투심이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연말을 앞둔 기관들의 북 클로징(결산)도 예년보다 빨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연기금이 크레딧물 투자를 확대했지만 올해 신용 이슈들로 인해 다시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라며 "자연스레 북 클로징도 한달 정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큰 금액 단위로 투자하는 보험사와 연기금이 해외투자나 대체투자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가면서 회사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발행물량은 더 증가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12월을 앞두고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저금리 막차'를 타려는 발행사의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소였다. 회사채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신용스프레드를 더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2016년도 발행물량 줄어들 전망…신용등급·금리인상 변동성 지속

전문가들은 침체된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내년 초까지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 만기채권의 양이 올해보다 2조 원 정도 적다"며 "다수 A급 회사들이 회사채보다 이를 현금으로 상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의 어닝 쇼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내년 회사채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는 평가다. 올해 2~3분기에 걸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수주산업 전반의 부실 가능성이 다시 부각했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해당업종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크레딧 훼손 가능성이 높다"며 "2016년에도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의 회복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부터는 업종별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차별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태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크레딧 이슈가 발생한 뒤 시간이 지나면 업종별 스프레드도 차별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우량업종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상대적으로 빨리 축소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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