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YB가 뛴다]글로벌 누비던 '애주가', 90년 보수기업 깨우다[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야전서 꽃피운 위기관리, 스킨십 속도경영
길진홍 기자공개 2016-01-14 08:18:16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1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류업계 맏형 격인 하이트진로의 경영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태영 부사장(사진·39세). 그룹 창업주인 고 박경복 명예회장의 손자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다. 주류업계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
부친인 박문덕 회장의 주량 역시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맥주산업의 산 증인인 고 박경복 명예회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주당이었다. 국내 1위의 주류회사답게 3대에 걸쳐 주량을 과시하고 있다.
◇'점유율 하락' 위기 속 직원들과 한솥밥
하이트진로는 올해 '3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지난달 박태영 부사장이 전무에서 승진 발령이 났다.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과묵하고 사색을 즐기던 청년 박태영은 여느 재벌 집 자녀와 다른 길을 걸었다. 서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장 유학길에 올랐다. 런던 메트로폴리탄대 경영경제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수합병(M&A) 전문 컨설팅업체인 엔플랫폼에서 팀장으로 근무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쌓은 자본시장의 꽃, 투자은행(IB) 업무 경험은 그의 경영 밑천이 되고 있다.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으로 경영수업 첫발을 뗐다. 당시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시절이다. 하이트진로는 그 해 15년 만에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오비맥주에게 빼앗겼다. 소주 부문에서는 롯데주류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임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낯설기 만한 업무 환경에서 박 부사장은 늘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안타까워했다.
조직도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과정에서 영업조직 정비가 덜된 상황이었다. 다른 재벌가 자식과 달리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입사해 온갖 고초를 겪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역경은 오히려 그에게 득이 됐다.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야전에서 쌓은 실전 경험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시장을 누비던 청년은 어느덧 하이트진로의 통합을 주도하고, 신성장 동력과 미래먹거리 발굴 등 핵심 사업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살림살이도 나아져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최악의 상황을 넘기며 바닥을 찍고 상승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은 1026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1% 성장했다. 매출액도 1조 4123억 원으로 0.6%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390억 원으로 49.4%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맥주부문의 성장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주부문도 참이슬이 국내 소주 시장 절반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과일리큐르 ‘자몽의이슬'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올해에는 소주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10년 중고차 모는 재벌3세, 직원들과 스킨십 행보
박 부사장을 말할 때 빼놓을 없는 게 검소한 성격이다. 그는 전무시절 출고된 지 10년이 넘은 구형 준대형차를 끌고 다녔다. 공식 업무가 아닌 자리에는 기사를 두지 않고, 본인이 직접 운전을 했다. 주변에서는 "재벌 3세가 낡은 중고차를 몰고 다닌다"며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그의 경영철학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상명하복 등의 '군대식 문화'와 경직된 조직체계를 갖고 있었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주류업체 특성상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고착화돼 있었다.
그는 부사장 취임 직후 보수적이고 경직된 사내 분위기 개선을 주도했다. 컨설팅업체에서 보여준 능력과 젊은 감각을 통해 침체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우선 회사의 불필요한 의전과 절차를 간소화했다. 내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결재 시간을 크게 줄이는 등 속도경영을 본격화 했다. 이로 인해 복잡한 결재라인과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인해 평균 18시간 이상 걸리던 결재시간이 3시간으로 줄었다.
부서 간 활발한 소통을 통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던 것도 박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박 부사장은 임직원과 스킨십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할애한다. 그는 입사 후 가장 먼저 영업지점과 생산공장을 찾았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마인드로 전국의 영업지점을 돌며 영업 및 생산직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신제품을 생산하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곧장 공장으로 내려가 임직원들과 동참한다. 관리부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식천사'로 통한다. 주류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박 부사장의 스킨십 속도경영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