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2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싸움에서 한화테크윈이 앞서긴 했지만 승자(winner)는 없었다"최근 이뤄진 두 건의 한국항공우주(KAI) 블록딜을 둘러싼 시장의 반응이다. 어쩌면 작년 12월 31일 KAI주주간 보유 지분의 공동 매각제한이 풀릴 때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는지도 모르겠다.
KAI 최대 주주(26.75%)인 산업은행은 이 같은 주주간 협약을 경영권 매각의 걸림돌로 보았을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4조 원에 육박하는 KAI 인수대금을 부담할 원매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개별 매각으로 전환되면 보유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한화테크윈이 계속 KAI의 원매자로 남아있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한 논리다. 새해 벽두부터 지분을 던지며 산업은행의 기대감을 뭉개버린 곳은 다름아닌 한화테크윈이었다. 사실 한화 측은 그 동안 KAI 인수 의사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없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KAI지분의 매각 제한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화테크윈의 블록딜 이후 산업은행은 KAI 주가하락으로 2000억 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봐야 했다. 주가 추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당분간 KAI경영권을 매각하기는 힘들어보인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3000억 원이 넘는 이행보증금을 떼인 적이 있다. '고의'는 아니겠지만 한화로선 산업은행에 그 때의 앙금을 제대로 갚아준 셈이다.
그렇다고 한화가 지금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블록딜 '선빵'을 날린 것 치고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AI 지분은 여전히 6%나 남아서 공시의무를 계속 짊어져야 한다. 여기에 시장은 한화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하다. 최근 한 달간 7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한화테크윈이지만 용처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일부에서는 제2의 빅딜 가능성도 거론된다.
KAI로 한몫을 단단히 챙기려던 두산의 노림수도 물거품이 됐다. 매각 타이밍을 놓쳐도 한참 놓쳤다. 주당 8만 원에 육박하던 KAI 지분을 6만 원대에 손절매했다. '구조조정의 명수'라는 그 동안의 닉네임이 무색할 정도다. 한화테크윈과 달리 목표주식을 모두 파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주관사의 백스톱(매각 후 잔여지분 인수) 조항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죄수의 딜레마'가 떠올랐다. 공범자(주주들)가 서로 협력해 범죄사실을 숨겼다면(매각 합의가 있었다면) 형량이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매각수익 극대화)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의 유혹에 빠진 나머지 상대방의 죄를 고했고(독자 매각) 결과적으로 아무도 목표수익을 달성하지 못했다. 결국 모두가 루저(loser)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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