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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회장 실형' 효성 미래는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6-01-19 07:58:25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8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1시 45분 경 조석래 효성 회장이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311호 법정에 들어섰다.

약 2년만에 본 조 회장은 몰라 보게 쇠약해져 있었다. 하얀 마스크와 안경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엔 총기가 없었고, 지팡이를 쥔 오른손은 바닥을 짚을 때마다 심하게 떨렸다.

입구부터 약 10M에 불과한 피고인석에 앉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올해 82세. 담낭암, 전립선암, 발작성 심방세동 등 각종 질병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해온 상태. 걸어서 법정에 출석한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오후 2시 판결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장장 1시간에 걸쳐 조 회장의 유·무죄 여부, 양형 이유 등을 설명했다.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내내 조 회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흡사 잠든 사람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징역 3년, 벌금 1365억 원. 재판부는 △조 회장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등 유리한 정상이 참작되나 분식회계, 탈세 등의 범행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감안할 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종 선고 후에도 한동안 자리에 머물러 있던 조 회장은 법원 관계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어렵사리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 걸음 내딛는 게 버거운 조 회장을 보며 재판 결과보다 몸을 추스리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결 직후 조 회장의 형량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반응은 대체로 엇갈리는 듯 하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 벌금 3000억 원에 비해 대거 축소된 점을 들며 '재벌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는 측이 있는 반면 IMF 시절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불법을 행한 점,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다소 과하다는 의견을 내는 쪽도 있다.

효성은 결과에 대해 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항소를 통해 조 회장의 무죄를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역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조 회장은 사실상 2심에서 다시 판결받게 됐다.

효성은 최소 집행유예를 목표로 2심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조 회장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탈세 자금과 관련 과징금을 모두 납입한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경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결과에 상관 없이 효성이 또다시 소송 준비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1심이 최종 공판까지 약 1년 반이 걸린 점을 비춰볼 때 2심 결과가 나기까지는 다시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1년은 다른 일은 제쳐둔 채 소송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 회장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다행스럽게도 함께 재판을 받은 조현준 사장과 이상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됐으나 40년 넘게 조 회장의 카리스마에 의지해 온 효성 입장에서 아무래도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효성은 최근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베트남, 중국 등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기업평판, 자금조달 조건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만무하다. 1심 결과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모쪼록 효성이 재판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당초 계획한대로 경영을 꾸려나갔으면 한다. 조 회장을 등기임원에서 제외하는 등 이사진을 재편하는 것이 원활한 경영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현준 사장과 이상운 부회장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다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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