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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바이백 & 1조' 제안 먹힐까 매수자 우위 국면상 쉽지 않을 듯

권일운 기자공개 2016-02-04 19:42:06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2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선매수권을 얻지 않는 조건으로 현대증권을 1조 원에 매각하겠다는 현대그룹의 뜻은 실현될 수 있을까. 벼랑 끝에 몰린 현대그룹의 상황과, 앞선 매각 시도 당시 논의된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인수합병(M&A)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지분(22.43%)과 자기주식 (7.06%) 등 약 30%의 현대증권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다. 앞선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오릭스PE)를 대상으로 한 매각 시도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총 32.12%를 매각하려 한 것에 비해서는 소폭 줄어든 수치다.

현대그룹은 내부적으로 현대증권을 매각해 1조 원 가량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현대그룹과 오릭스PE가 매매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논의된 9400억 원 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현대그룹은 후순위 출자 등을 통한 우선매수권(바이백 조항)을 보장받지 않는 진성매각으로 현대증권을 매각하면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의 시가총액 등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 측의 이같은 기대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분 30%만 취득하면 자기자본 3조 원 규모의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을 제공해야 하는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시가총액이 1조 3000억 원인 현대증권의 지분 30%가 1조 원에 팔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아무리 바이백 옵션이 없다고 해도 오릭스PE와 협의한 금액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오릭스 PE와 본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현대증권의 주가는 9000원대 중반으로 최근 5000원대의 2배 가까운 수준이었다. 당시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은 2조 5000억 원에 육박했고, 거래대상 지분의 시가 평가액도 7000억~8000억 원에 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만한 원매자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매각을 염두에 둔 재무적투자자(FI)는 물론 증권업 확장 의지가 있는 전략적투자자(SI) 조차도 사면초가 상태인 현대그룹을 배려하며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매 협상은 매도자보다는 매수자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증권 자체도 자신의 질을 의심받고 있고,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현대증권 매각이 유일한 생존의 열쇠인 상황에서 현대그룹 뜻대로 협상이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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