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금투, 자문형랩 1년새 4배 증가…비결은 우수 자문사 라인업에 추가…삼성증권 벤치마킹
이상균 기자공개 2016-02-05 10:27:34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2일 15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1년은 자문형 랩 어카운트 시장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다. 같은 해 5월말 기준 자문형 랩 어카운트 잔고는 9조 1824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시만 하면 수천 억 원을 손쉽게 모을 수 있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문사를 끌어들여 랩 상품을 만들었다영광은 짧았다. 성격이 비슷한 자문사들이 차화정 종목에 묻지 마 투자를 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가 급락으로 자문형 랩 수익률이 고꾸라지자 잔고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다. 2014년 12월말 잔고는 1조 6171억 원으로 최대치의 17.6%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해도 상황은 달리지지 않았다. 매월 감소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1조 5437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는 역주행을 했다. 지난해 자문형 랩 잔고가 300억 원에서 1700억 원으로 5배 이상 불어났다. 업계 순위도 8위에서 삼성증권(8000억 원), 한국투자증권(3500억 원)에 이어 3위로 껑충 뛰었다. 비결은 1위 업체 벤치마킹과 인재영입, 우수 투자자문사의 라인업 추가 등에 있었다.
◇자문형 랩 1세대 인물 영입
신한금투는 지난해 9월 종합자산관리계좌인 EMA(Expert Managed Account)를 출시했다. 하나의 계좌에 여러 자산과 금융상품을 담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계좌다. 사실 삼성증권의 UMA(Unfied Managed Account)와 비슷한 개념이다. 해외에서는 펀드, 리츠(RIETS)처럼 일반명사로 쓰이지만 삼성증권이 UMA를 상품 특허 등록하면서 신한금투는 이름을 바꿔 EMA라는 명칭을 붙였다.
EMA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상품은 랩이다. 신한금투는 이미 프로 랩이라는 이름으로 지점별 랩을 운용 중이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지점의 PB가 랩뿐만 아니라 주식과 펀드, ELS, DLS, ETF 등을 운용했다. 다만 자문형 랩의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잔고는 300억 원이 채 되지 않아 유명무실했고 수익률도 별 볼일 없었다.
삼성증권 소속이던 안성재 부장과 문진철 부장이 신한금투로 이동하면서 자문형 랩 부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안 부장은 삼성증권에서 유수의 자문사들과 계약을 이끌며 자문형 랩의 1세대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안 부장은 "자문형 랩은 얼마나 좋은 자문사를 확보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며 "성과가 부진한 곳은 제외시키고 우수한 자문사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시절부터 쌓았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 부장은 케이원과 밸류시스템, 쿼드, 스팍스자문사 등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대부분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만 거래를 해오던 우량 자문사들이다.
◇랩 상품도 리밸런싱 필요
전성기를 누리던 랩 시장의 급격한 쇠퇴를 목격한 안 부장은 그동안 랩 시장을 어떻게 부활시킬 수 있을지를 고심해왔다고 한다. 안 부장은 "삼성증권의 랩 잔고가 2011년 3조 5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밤잠을 설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안 부장이 내린 결론은 장기투자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성격이 다른 랩을 리밸런싱(rebalancing)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안 부장은 "2011년 이전에는 성장형 투자를 표방한 케이원투자자문사의 성적이 좋았지만 최근에는 VIP와 쿼드 등 가치주형 투자자문사의 수익률이 높았다"며 "시장의 변곡점마다 투자의 성격을 바꾸는 리밸런싱(rebalancing)을 랩 상품에 적용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삼성증권에서 UMA를 만든 배경도 자문형 랩을 어떻게 살려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삼성증권의 UMA와 신한금투의 EMA에도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삼성증권이 본사가 설정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점에도 동일하게 적용시키길 원하는 것과 달리 신한금투는 지점 PB의 판단을 일정부분 존중해준다. 물론 이 정도 판단은 일정 경력 이상이 쌓인 PB에게만 적용된다.
안 부장은 "주식 비중은 30%를 넘지 못하고 자산은 최소 3개 이상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면 본사에서 일일이 포트폴리오 비중에 대해 참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의 포트폴리오를 강요하는 것보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여러 개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것이 리스크를 더 축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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