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12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키호테'의 원제는 '재기발랄한 향사(鄕士) 돈키호테 데 라만차'다. 스페인 라만차 지방의 쾌활한 시골 귀족 돈키호테라는 뜻. 안타깝게도 이 시골 귀족은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켜 자기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의 길을 가리라 결심하고 마을 인근의 농부인 산초를 설득해 같이 길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그 길이 시작되자마자 나타난 거대한 풍차를 보고 돈키호테는 거인이라고 생각하며 돌진한다. 산초는 황당한 돈키호테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돈키호테는 기사도 정신을 한껏 뽐내고 나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새삼 돈키호테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기업행동 역시 겉으로 보여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기업행동은 다양한 경영전략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기업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경제적 합리성을 판단해야 한다.
오늘 이야기 할 주제는 법인주주가 시가보다 높은가격으로 다른 법인(발행법인)의 주식을 인수한 경우 시가와의 차액을 법인주주가 발행법인에게 이익을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들어 발행회사(A)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한다. 이 때 주식가치가 액면가 미만이지만, 상법의 제약으로 액면가로 발행했다. 이후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계열사(B)가 이 주식을 인수한다. 이 경우 발행회사(A)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주주(C)가 있다면 B의 고가인수로 인해 C가 소유한 주식의 지분가치도 상승한다. 그렇다면 이를 부당행위로 인한 이익증여로 볼 수 있을까.
발행회사인 A 입장에서는 주주 또는 제3자가 인수한 주식의 발행가 중 액면가는 전액 회사의 자본을 구성한다. 초과하는 부분 역시 자본준비금으로 회사의 자본에 준하는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법인세법에서도 주식의 발행초과금을 비롯해 자본거래로 인한 수익은 과세소득으로 보고 있지 않다.
최근 판례 또한 주식의 고가인수를 자산의 고가매입과 같이 부당행위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국세청에 대해 취소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14.6.26.선고 2012두23488판결) 이는 자본거래를 과세소득의 원천으로 삼지 않는 법인세법의 취지상 고가인수는 자산의 고가매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고가인수 행위 대부분은 계열회사의 자금난을 지원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법인은 독립적인 계산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위한 고가인수는 부당행위, 즉 변칙적 증여행위로 과세해야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계열회사 간에는 일방의 회사가 경영난으로 도산하면 타회사 역시 출자지분의 가치하락으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계열사 간에는 어느정도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을 고가로 인수했다고 해서 세금부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실정을 보면 상호 채무보증 또는 상호 채권채무로 얽혀있어 어느 계열회사의 도산은 다른 계열사의 연쇄적인 도산을 초래한다. 게다가 기업집단은 총체적으로 그 신용이 평가되므로 계열사의 도산은 다른 계열사의 경영난을 필히 초래한다.
그러므로 고가인수라 하더라도 계열회사의 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지원행위라면 부당행위로 인한 이익증여의 예외로 봐야한다. 신주발행이 특수관계인들 간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되겠지만, 법적용이 과도해 정당한 자본거래에 부당한 비용을 발생시켜서도 안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이루어지는 자본거래에 한가지의 원칙만 내세울 수는 없다.
<박주남 로앤택스 파트너스 대표>
前 하나은행 PB센터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컨설팅
現 주식회사 달꿈 공동 창업자
現 세무법인 택스케어 국제조세 파트너
現 로앤택스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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