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2월 18일 13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he Show Must Go On'. 서울 신촌의 한 유명 사립대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필수 교양영어 수업 첫장의 에세이 제목이다. 이 글귀를 기억하는 지 여부로 이 대학 졸업생임을 판명할 수 있다는 '농반진반' 이야기도 전해온다.에세이가 주는 메시지가 보다 선명하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앞에 붙어야 한다.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광대는 쇼가 진행 중인 무대를 저버릴 수 없다. 딸의 주검을 부여잡고 밤새 울부짖은 대문호의 집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필을 돕기 위해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집을 나서야 한다.
삶의 무게가 그렇게 무겁다. 삶을 끝까지 놓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다짐 자체가 숭고한 의식을 치르는 사제의 주문과도 같다. 기업이란 존재도 매한가지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많은 개개인들에게 일자리라는 삶의 수단을 제공한다. 그 뿐인가. 이 일자리에서 일상의 절반이 채워지기에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단지 호구지책이라 치부하기엔 존재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이것은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를 따지는 차원을 넘어서는 신성함을 가진다.
기업이 성장스토리를 이어가야 하는 한가지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이것이다. 성장을 멈추고 쇠락의 길을 걷는 기업을 가족의 삶의 터전으로 잡은 가장의 가슴은 매일 떨릴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오너가, 경영진들이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또는 부도덕한 사익 편취로 기업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모는 상황이라면 울분까지 더해지리라.
옥고와 치료로 인해 총수가 장기 부재 중인 CJ그룹의 최근 M&A 행보가 인상적이다.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케이블TV 사업을 SK그룹에 넘기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데 이어 영화체인 사업과 바이오 사업의 성장을 위해 M&A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M&A는 고사하고 신규 설비투자 여부마저도 총수의 옥고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 대상이 돼 오던 국내 대기업 집단들의 그간의 행태와는 사뭇 달라 신선함마저 느끼게 한다.
최근 삼성이 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해 비핵심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을 고심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덩치를 불려 위세를 떨치고파 하던 국내 대기업 집단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삼성 마저도 생존과 성장을 위해 과감히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계속기업이라면 창업자가 돌연 유고하는 일이 생겨도, 대주주가 바뀌고 경영진이 교체되더라도 성장을 위한 몸짓을 멈춰서는 안된다. 수많은 종사자들과 그들 가족의 삶이 얹혀져 있기에 기업의 성장은 '그렇게'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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