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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현대증권 두고 커지는 고민 실패시 평판리스크 우려…자산가치·노조·우선매수청구권 고려사항 산적

한희연 기자공개 2016-02-24 09:46:3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23일 14: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증권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KB금융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고 매물 가치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12일 "현대증권㈜ 실사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며 "추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최종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오기 전부터 KB금융은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의 계열사별 당기순이익 비중은 은행이 67%, 카드가 22% 캐피탈이 4%, 증권이 3%, 자산운용이 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70%에 비해 은행 비중이 낮아졌지만, 증권 비중은 2%에서 3%로 소폭 상승에 그쳐,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부문 강화의 필요성이 늘 강조돼 왔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대우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입찰가에서 밀려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현대증권 매물은 증권사 M&A 시장에서 당분간 나오기 힘든 규모의 회사라는 점에서 KB금융은 발 빠르게 인수의향을 밝혔다.

사업 영역 측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어 기존 KB투자증권과의 시너지는 일단 긍정적이다. 현대증권은 리테일 부문의 전통적 강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반해 KB투자증권은 IB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 두 증권사가 합쳐질 경우 고른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다만 매물 가치를 분석할수록 튀어나오는 걸림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직전 대우증권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지만, 보유자산의 질도 가격만큼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증권의 자산 구성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채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사 사옥 또한 현대증권 소유가 아닌 점을 미뤄볼 때, 이미 실한 자산은 다 팔아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경우 위험자산 관련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동산 PF로 돈을 벌어왔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매물가치를 평가하는 인수 후보자에게 이 부분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강성하기로 유명한 현대증권 노조 또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또 임금이나 인사체계와 관련해 경력직 비중이 높은 인력구성도 고려해야 하는 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회사의 경영권 불안이 야기됐을 때부터 많은 기존 직원들이 현대증권을 떠났고, 그 자리를 경력직이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매수청구권 등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메리츠종금증권으로부터 차입을 하면서, 만기내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을 먼저 살 수 있다고 단 조항이다.

자칫 공들여 실사한 매물을 딜 막판 뺏길 여지가 있어 인수후보자들은 이에 대한 매각자의 확실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LOI 제출 전 KB금융 한 임원도 "현대증권 관련해 내부적으로 관련 이슈를 살펴보고 있다"며 "우선매수청구권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아직 잔재하고 있어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이런저런 고려사항이 많지만 KB금융이 이번 딜에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 따로 있다. 바로 평판 리스크다.

매물가치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나름의 적정 가격으로 입찰을 하더라도, 인수에 실패할 경우 'KB는 M&A에서 늘 물먹는다'는 이미지로 각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이어 이번 현대증권까지 고배를 마신다면 경영진들은 '통 큰 베팅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경영진들이 대외 평판을 의식하는 정도도 이전 딜에 비해서 다소 높아진 분위기라고 알려졌다.

특히 이번 현대증권 딜은 KB금융 내부에서 주도하는 주체 또한 지난 대우증권 때와는 달라졌다. 대우증권 인수의 경우 윤종규 회장과 박재홍 전략담당 전무가 주도했다면, 현대증권의 경우 윤종규 회장, 김옥찬 사장, 이동철 전략담당 신임 전무가 주도하고 있다. 전략 라인을 지휘하는 임원이 달라지면서 수장들의 성격 차이나 평판 의식 정도에 따라 베팅의 강도가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이번 딜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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